2019년 12월 1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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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장애인 “콜택시 7시간 기다린 끝에 탔다”

등급제 폐지로 이용 대상 늘어나
20~60명 밀려 3~4시간 대기 예사

  • 기사입력 : 2019-11-14 21: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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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창원에 사는 이수용(53) 씨는 4년여 전 이맘때 불행히 하지마비 장애를 입었다. 그에게 지금 두려운 일은 외출 한 번 하는 것이다. 이 씨는 “휠체어를 타고 있어 교통약자콜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지금처럼 날씨가 추울 때 타고 나갔다가는 몇 시간 밖에서 덜덜 떨어야 한다”며 “밖에서 하염없이 교통약자콜택시가 오기만을 기다릴 때면 내 처지가 더 불쌍하고 무서워서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2. 뇌병변을 앓는 송인탁(35) 씨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송 씨는 “콜택시를 몇 시간씩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병원예약을 취소했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적도 상당하다”며 “장애인들이 적어도 꼭 필요한 외출만이라도 편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 마산의 이경민(51) 씨는 거동이 되지 않는 시어머니 병원행 등을 위해 교통약자콜택시를 부르면 평균 3~4시간을 기다리는 불편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여기에다 볼일을 보고 또다시 콜택시를 부르면 언제 올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대개 20~30명 정도 대기순이지만 어떤 때는 대기순번 60번대 이후도 있었다. 그녀는 정말 대기사항이 순번대로 진행되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복지제도를 악용해 경증 장애인등급자도 개인 용무를 보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마을주민들의 분노를 사는 경우도 있다. 이는 택시비 1만원대가 넘는 거리를 장애인택시 이용시 1300원만 내면 돼 꼭 이용해야 할 사람을 못 타게 만들고 있다.

    이 씨는 “경증 장애인은 택시라도 탈 수 있지만 휠체어 장애인은 오직 장애인콜택시만 타야 하는 것을 감안해 우선적 배려 차원의 탄력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시간 대기 불만 폭증= 창원지역 장애인들은 창원교통약자콜택시를 타는 데 보통 3~7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등 9개 장애인 관련 단체 및 시설 등으로 연대한 창원장애인이동권연대는 14일 창원시의회 제2별관 대회의실에서 전홍표 창원시의원 주관으로 ‘창원시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14일 창원시의회 제2별관에서 창원시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14일 창원시의회 제2별관에서 창원시 교통약자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장애인이동권연대가 밝힌 창원교통약자콜택시 이용 승객 3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288명(92%)이 이용 시 가장 힘든 점(2개까지)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 중 이용 신청 접수 후 3시간 이상 기다린다고 응답한 이용자가 11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4시간으로 70명이었으며, 최대 7시간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도 2명이 있었다.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대표는 “교통약자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물론 노인처럼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대상도 포함이 된다. 이용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고 그만큼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라며 “이는 모든 교통약자들을 위한다는 취지이지만 정작 휠체어를 타고 꼭 필요한 장애인들이 제대로 이용을 못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등급제폐지 등으로 이용자 급증이 원인=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은 올해 7월 장애인등급제폐지와 관련법 개정에 따라 기존 교통약자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기존 1·2급 장애인에서 3급 등 ‘보행상의 장애인’으로 확대되면서 보편적인 이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통약자콜택시의 법적 운행 대수는 이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꼭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노인이나 임산부 등도 ‘교통약자’로 포함되어 있어 이용이 가능한데 그 수도 최근 늘어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 대안을 강구하라는 정책 권고안을 내린 바 있고, 국토교통부가 교통약자 이용을 분산시키고자 표준조례안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장애인들 외 교통약자들이 이용하는 ‘바우처택시(택시요금 지원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서울과 경기, 강원, 부산 등은 벌써 바우처택시를 도입했지만, 경남의 경우 창원시를 비롯해 전 시군에서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아예 추진하지 않는 등 대책 노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보행상의 장애인’을 기준으로 150명당 1대의 교통약자콜택시 운행 법정 대수를 겨우 넘는 상황이고, 다른 시·군은 이 운행 대수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어 다른 바우처택시 등 대체수단 도입은 부족한 재정 때문에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바우처택시 도입을 검토해보겠지만 하루아침에 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고, 경남도 관계자는 “바우처택시 도입이라든지 대책 마련 필요성은 공감을 하고 있지만 창원시를 비롯 도내 모든 시·군에서 재정부담을 이유로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며 “도에서도 재정이 넉넉하면 각 시·군에 지원을 하겠지만 여력이 부족해 그러지 못 하고 독려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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