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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팔용농산물도매시장- 이상원(창원시 농산물도매시장관리과 주무관)

  • 기사입력 : 2019-11-07 20: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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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 힘들고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아침 일찍 여기 와봐라. 다들 산다. 살고 있다.”

    2015년 경남신문 신년리포트에 실렸던 팔용농산물도매시장 어느 노인의 인터뷰 멘트다. 그의 말처럼 이곳 사람들의 삶은 정말 치열하다. 예년보다 거래물량이 줄었다지만 새벽 경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숙연하게 만든다.

    올해로 개장 25년차인 팔용도매시장은 1993년 10월 착공해 1995년 8월 28일 경매영업을 시작했고 그해 10월 14일 정식 개장했다. 전국에서 12번째, 도내에서는 당시 경남도 산하였던 울산에 이어 2번째 공영 도매시장이다. 개장 첫해에 1만4500t이 거래된 것을 시작으로 1997년에 거래량 5만t을 넘어선 것이 지금에 이른다. 그사이 거래액 규모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뤄 1995년에 166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엔 34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몸집을 키웠으며, 작년에는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사반세기 세월은 시장의 성장세만큼이나 적지 않은 변화와 시련도 줬다. 유통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사가 강화되었고 대형유통업체가 지역 곳곳을 차지했다. 또 산지 직거래에다 로컬푸드, 푸드플랜 같은 개념이 등장하는 등 농산물 유통경로도 다양해졌다. 농산물 파동이 있을 땐 높은 가격의 불만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최근 들어서는 물가상승분과 고품질 농산물로 거래액은 늘었다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정체되고 있다는 데에 고민이 더해진다. 게다가 노후시설이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그럼에도 팔용도매시장이 그간 흔들림 없이 지금까지 온 것은 묵묵히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이곳에서 일출을 맞으며 도매시장을 부여안고 살아가는 이만 해도 130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출하농민, 인근 식당 관계자, 소매업자 등을 따지면 그 수는 몇 곱절로 늘어난다.

    전국에 공영 농산물도매시장이 32곳이다. 특히 이들이 주요 도시에 터를 잡고 있는 것은 농산물도매시장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인근 도시에서 도매시장을 서로 유치하겠다고 다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환경이 변했다지만 농산물의 집하와 분산에 있어서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중계시장의 기능은 물론이고 아주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그날의 시장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새벽 경매가 매일 이뤄진다.

    필자가 이곳에 오게 됐을 때 동료직원이 이런 말을 했었다. “새벽에 경매하는 거 하고, 유통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봐라. 그게 사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거다.”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조금씩 이곳 사람이 되어갈수록 그 뜻을 알 것도 같다. 아울러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고 도돌이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한결같은 이곳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상원(창원시 농산물도매시장관리과 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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