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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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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02) 제25화 부흥시대 ⑫

“전쟁이 어떻게 될 것 같아?”

  • 기사입력 : 2019-11-05 07:57:01
  •   

  • 부산에서 기생을 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응?”

    “무역회사 안 하세요?”

    “글쎄…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백화점 영업을 하는 거나 무역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나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망설여지고 있었다.

    “저는 무역회사 때문에 왔는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으니 어떻게 해요?”

    “내가 미국 신문을 읽고 요약하라고 했잖아? 미국 대통령선거가 언제야?”

    “내년이에요.”

    “내년? 금년이 아니고…?”

    이재영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철규는 금년이라고 했었다.

    “선거는 내년이지만 금년부터 유력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어요. 아이젠하워라는 사람이 최고로 인기가 많아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영입하려고 한대요.”

    미국에서 곧 대통령선거가 있을 거라고 한 이철규의 말이 떠올랐다.

    “아이젠하워는 지금 뭐하는데?”

    “유럽연합군 총사령관이에요. 아직 출마할 생각이 없나봐요.”

    이재영은 아이젠하워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었다.

    김연자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전쟁이 끝나야 사업을 할 텐데… 앉아봐.”

    이재영이 김연자에게 지시했다. 김연자가 이재영의 앞에 와서 얌전하게 앉았다.

    ‘계집애가 똑똑하네.’

    이재영은 김연자에게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얼굴도 예쁜 편이었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이 어떻게 될 것 같아?”

    나이 어린 여자에게 묻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달씩 늦게 오는 미국 신문을 읽고 있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잘했던 것 같았다.

    “제가 어떻게?”

    “미국 신문에서 뭐라고 하는지 얘기해 봐.”

    “미국 칼럼니스트가 쓴 건데 한국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전쟁이래요. 미국이든지 소련이든지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패하려고는 하지 않을 거래요.”

    “무슨 뜻이야?”

    “미군이 우리나라에 10만명 이상이 넘게 들어왔는데 그냥 돌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에요.”

    “그럼?”

    “어떻게 하든지 미군은 서울에 주둔할 거래요. 서울을 뺏기면 미국이 패하는 거라고… 소련과 대립하고 있는데 미국이 패하고 싶겠는가?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든지 서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신문에 쓰고 있었어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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