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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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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감혜영(경남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9-11-04 21: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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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람보현상은 70년대 후반에 상영된 존 람보에서 비롯된 말이다. 베트남 전쟁 귀환병인 람보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운다. 그런데 종전후 자국으로 돌아와 보니 반전(反戰)무드로 정세뿐 아니라 사회환경도 크게 달라져 있어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전락한다. 이러한 상황을 참다 못해 어느날 갑자기 람보는 난폭하고 잔인해져 간다. 흔히 소외와 퇴조, 쇠락에 대한 반동작용을 람보현상이라 일컫는다.

    반사회적 일탈과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함에서 말미암은 경우가 많다. 반짝반짝 빛나야할 청소년들이 성난 파도같은 분노를 쏟아내고 비행을 일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최근 OECD 사회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최악의 지표로 알려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삶의 만족도 이외에 사회적 고립도 역시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고요해진 우리 마음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사람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건강하고 풍요로운 제2의 인생을 위해 존경과 섬김으로 동행하는 사람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조화로운 공존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다. 보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거나 심지어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사람들을 향한 작은 마음으로 나눔의 온기를 더하여 우리 모두의 삶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태양이 아무리 높이 솟아도 세상의 모든 어둠을 밝힐 수는 없다.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를 향하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불공정하고 모순된 현실에 무감각해짐을 경계해야 한다.

    반칠환 시인은 “육교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고 노래했다. 사람을 향한 서사구조는 늘 아름답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올 것이다. 마치 봄바람 같이 따뜻한 사람을 향한 시선을 복원할 계제이다.

    감혜영 (경남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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