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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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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우리는 모두 항공우주도시”- 허충호(사천고성본부장 국장)

  • 기사입력 : 2019-10-31 20: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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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고속도로 진성IC를 내리면 10분도 안 돼 사천시 경계를 접한다. 사천권으로 들어서면 또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고성군 이정표를 만난다. 이는 진주 사천 고성이 연접 도시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도로사정으로 볼 때 그다지 멀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

    이들 지역을 오가다 보면 3개 지자체가 각각 설치한 대형 홍보간판이 눈에 띈다. 표현에 따라 약간씩 뉘앙스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를 표방한다. 사실 이들 도시들이 나름대로 항공산업을 기치로 내건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진주시는 항공부품과 소재산업 분야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면서 첨단항공우주산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장착하게 됐다. 초소형위성 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내 항공산업의 주축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천에 거점을 두고 있다. 많은 연관 산업도 활성화돼 있다. KAI는 최근 착공한 고성이당일반산업단지에 부품제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KAI의 계획대로라면 고성시대는 2020년에 열린다. 고성군에는 국내 최초의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도 있으니 항공도시를 표방해도 무방하게 됐다.

    지자체 개별적으로 보면 모두 좋은 일 같다. 뜨는 산업이라는 ‘항공우주’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지자체라는 묘한 속성에 있다. 자치단체장들의 성향도 다르고, 지자체의 지역적 강점과 약점도 서로 다르고, 행정 규제나 정서도 다른 지자체들이 항공우주라는 하나의 공통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데서 왠지 모를 찜찜함이 있다.

    2021년 완공 예정인 항공국가산업단지에서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다. 항공국가산단은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용현면 일대 164만1798㎡에 걸쳐 있다. 눈여겨볼 것은 사천시 용현면과 진주시 정촌면에 각각 조성되는 하나의 항공산단 면적이 82만899㎡로 똑같다는 점이다. 82만㎡대 82만1798㎡도 아니고 수박 자르듯 정확하게 각각 82만899㎡다. 마치 수확물을 분배하듯 마지막 8㎡까지 몫을 나눈 게 묘하다.

    여기서 정책적으로 흩어진 단지를 하나의 공통분모로 편입하는 클러스터(cluster)도 아니고, 각자도생(各自圖生)식으로 하나의 산업에 경쟁적으로 매진하는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선택과 집중이 꼭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정책이 ‘길이 너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다기망양(多岐亡羊)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기우인가.

    경쟁적으로 추진 중인 항공우주산업진흥책이 세 도시의 공동 번영을 담보하는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뭔가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허충호(사천고성본부장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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