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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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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부패(腐敗)와 발효(醱酵)- 한명철(한국전력공사 사천지사장)

  • 기사입력 : 2019-10-29 20: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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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와 발효. 언뜻 보면 아주 다른 단어 같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비슷한 단어가 아닌가 한다.

    부패란, 유기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생물로 인해 분해되며 독소와 악취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흔히 ‘썩는다’라고 표현한다.

    이 때문일까, 음식의 부패뿐 아니라 정치·사회에서도 부패라는 단어가 통용된다.

    발효 또한 유기물의 미생물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동일하지만, 이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산물이지만 예를 들어 된장, 치즈, 요구르트 등은 건강에 유익한 식품으로 분류되듯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결정적 요인은 바로 적절한 온도와 시간이다. 된장을 만드는데 쓰이는 메주는 23~30℃로 20일간 발효해야 비로소 메주가 된다. 그 이상이나 이하의 온도로 숙성하게 되면 마르거나 곰팡이로 뒤덮여 된장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딱 그 정도의 적절함이 필수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그 적절함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적절함의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은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 조직이다. 부패된 조직은 그 누구라도 가까이 가길 꺼려한다.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유산균이 다 죽어버린 요구르트 같다고나 할까. 존재는 하지만 그 속은 영양가 없는 덩어리일 뿐이다. 갑질, 잘못된 관행, 나태함 등이 모여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패, 즉 썩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와 시간이 필요하다. 반부패, 청렴윤리라는 온도와 이 온도가 지속되는 시간이 적정하게 조화된다면 부패보다는 발효에 가까운 건강한 조직이 되지 않을까?

    이것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고 소통과 이해라는 적정 온도를 통해 사회·조직이 유익한 발효식품이 되도록 신구세대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명철(한국전력공사 사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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