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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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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글로벌 경제전쟁시대, 숙련기술인의 역할- 송달영(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장)

  • 기사입력 : 2019-10-20 2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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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된 일본 경제보복의 핵심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다. 물자 이동의 접근성을 강점으로 오랜 기간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이루어 온 일본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관점도 있다.

    그동안 일본경제와 협력관계에 있던 한국으로서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40% 이상이 일본계 기업일 정도로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우리 경남의 산업도 양국간 경제 대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지금 상황은 구한말 세계적인 산업화의 흐름을 놓쳐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를 겪은 아픈 역사와도 묘하게 데자뷰된다. 우리의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처음으로 대패시킨 전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도 신식 무기와 잘 훈련된 일본군이 ‘미개한’ 조선이라고 조롱하며 무차별하게 학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구의 자본주의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한 명분은 조선의 근대화와 기술 원조였다. 그들이 말한 ‘미개한’ 조선의 독립군이 전쟁에서 승리한 비결 중 하나가 상대의 무기수준을 뛰어넘는 최신예 무기의 보급과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전술이었음을 감안하면 100년이 지난 지금의 경제 전쟁에서도 산업분야의 기술력 확대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원천기술의 ‘탈(脫)일본화’를 위한 소재부품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해답은 숙련기술을 통한 뿌리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수입선 다변화와 기술자립화, 대중소 상생 협력이라는 경제구조 개혁을 통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8대 선도분야와 함께 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의 기술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10월초 부산에서 대한민국 최대의 숙련기술인들의 축제인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 시·도를 대표한 1800여명의 젊은 기술·기능인재가 참여해 뿌리산업인 CNC선반 및 금형, 미래산업을 대표하는 모바일로보틱스와 IT네트워크시스템, 일상의 생활과 직결되는 제과/제빵·미용 등 50개 직종에서 열띤 경기를 펼쳤다.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올해로 54회째 개최하는 동안 미래산업을 견인할 수많은 예비 숙련기술인들을 배출하는 기술인재 양성소의 역할을 해왔다. 선수들은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문제해결능력 중심의 과제를 실행하면서 실무중심 인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9회나 종합우승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기능경기를 통해 산업현장의 대한민국명장과 산업현장교수 등 수많은 숙련기술자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경남은 전국 대한민국명장의 17%인 111명, 산업현장교수의 10%인 170명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숙련기술인의 보고이다. 이들은 산업현장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묵묵히 전수하며 미래산업의 기술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제일의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해 어떤 경제적 여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숙련기술인을 장려하고, 예비 기능인을 끊임없이 양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달영(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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