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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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충남 부여

마지막 백제 품다
위례성 등 복원한 백제문화단지
왕궁 모습 최초 재현한 ‘사비궁’

  • 기사입력 : 2019-10-16 21: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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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종일 걷기를 반복하는 일정. 도보가 불가능한 거리를 오갈 때 타는 버스를 타는 시간이 잠깐의 휴식. 공주를 걷던 발길을 돌려서 부여로 향하는 길.

    반듯하게 난 길을 따라 도착한 부여. 종합관광안내소에는 짐 보관함이 있다. 무거운 배낭을 맡기고 그나마 덜 무거운 몸을 움직인다.

    다시 버스를 타고 백제문화단지로 간다. 시내의 로터리, 정림사지, 궁남지를 돌아 계백장군 동상을 지나자 금강이 나오며 평야가 시야에 들어온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와 옆의 논, 밭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데, 날씨, 하늘, 강의 존재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풍광은 꽝.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 습기와 비구름이 자욱한 거리. 낮에는 비가 오면 안 될 텐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날씨 투정만 하다 보니 도착한 백제문화단지. 사비궁을 중심으로 능사, 생활문화마을, 위례성을 복원해둔 공간이다. 문화재적인 가치보다는 그냥 백제테마파크랄까. 옆에 리조트와 아웃렛, 골프장이 더 크니깐 뭐 뻔한 거지만. 그래도 사진 찍고 놀기엔 괜찮은 장소 같다. 부지런히 걸어도 1, 2시간은 걸릴 정도로 대규모 부지다. 특히 우측에 위치한 능사가 아름답다. 능사 앞 연지 위를 가득 메운 연꽃과 가운데 솟은 능사.

    백제문화단지.
    백제문화단지.
    사비궁을 중심으로 능사, 생활문화마을, 위례성을 복원한 백제문화단지.
    사비궁을 중심으로 능사, 생활문화마을, 위례성을 복원한 백제문화단지.

    능사는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백제 왕실의 사찰로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에서 발굴된 유적의 원형과 같이 1:1로 이곳에 재현해 건물 사이의 간격,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 등을 동일하게 했다. 재현을 위해 부여읍 동남리에서 출토된 금동탑편의 하양양식과 부여정림사지오층석탑, 익산미륵사지석탑 등을 참고했다. 능사의 가람 배치는 백제 시대 대표적 배치로 중문-탑-금당-강당이 일직선으로 배치돼 있다. 목탑 심초석에서 국보 제288호인 창왕명석조사리감이 발굴돼 서기 567년 사리를 봉안하고 탑을 세웠다는 기록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던 곳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재현된 백제 시대 목탑으로 그 높이가 38m에 이른다’라고 백제문화단지 홈페이지에 적혀 있다.

    목탑, 백제라는 특수성이 결합한 건축물인데 사진 찍기 좋다. 웅장한 규모의 건축물과 낮은 산세가 어우러지니 퍽 볼 만하다. 능사를 지나면 고분 공원이 있다. 백제문화단지 내에서 발굴된 고분들을 이전 복원해 두었다.

    우측의 단지를 다 보고 중앙으로 이동하면 사비궁이다. 그야말로 웅장하다는 느낌이 드는 입구. 우리나라 삼국시대 중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왕궁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감상은 그냥 ‘크다’라는 느낌뿐이다. 좌측의 생활문화마을, 위례성 등은 더 취향이 아니라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왔던 길을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향하는 길. 역시나 비가 쏟아진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짙게 물들어가는 아스팔트 차도며 보도블록들. 공사장의 소음과 빗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백제 성곽 위례성.
    백제 성곽 위례성.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사비궁.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사비궁.

    오지 않을 것 같던 버스가 시야에 들어오며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길. 지나쳐온 정림사지로 가자. 부여의 중심에 있는 정림사지. 국사 교과서에서 봐서 친숙하기까지 한 곳을 직접 가는 건 색다른 기분이다. 시내의 궁남지, 능사의 연지처럼 정림사지 5층 석탑 앞으로 2개의 연못이 있다. 그 위를 빼곡히 덮은 연꽃들과 함께.

    친숙한 석탑을 지나 정림사지 석불좌상이 있다. 친숙한 정림사지에 낯선 존재. 일부분은 후대에 다시 만든 것으로 부서지고 마모돼 형체만 겨우 남아있다. 발견된 명문기와를 통해 고려 시대에 절을 고치면서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보물 제108호다.

    정림사지 옆으로 박물관이 있다. 정림사지와 백제불교를 주제로 작은 공간에 실속 있는 전시관이다. 관람객도 많지 않아서 조용히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빗줄기가 약해지며 안개가 자욱이 껴가는 시간. 마지막 목적지인 부소산성을 향한다. 백제의 마지막이 남아있는 곳. 의자왕과 낙화암, 삼천궁녀로 인식되는 장소. 96m의 부소산 전체를 따라 자리한 산성. 등산의 시작이다.

    사적 제5호로 웅진에서 사비로 도읍을 옮긴 후 멸망할 때까지 백제의 도읍지였다. 이제는 공원이자 산책로가 되어버린 곳. 무성한 나무들이 빗줄기를 막아주며 사이로 파고든 안개가 더하니 제법 운치가 있다. 산을 오르고 내리고 반복하며 길을 걷는다. 안내판을 제외하면 여기가 백제의 마지막 흔적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냥 시내의 작은 산처럼.

    백제 의자왕 전설이 스민 낙화암.
    백제 의자왕 전설이 스민 낙화암.
    금강.
    금강.

    가벼운 등산이 끝나가는 지점. 금강이 보이며 낙화암에 다다른다. 큰 바위와 백화정이란 정자가 있다. 백제 하면 가장 잘 알려진 장소인데 비해 별다른 건 없다. 별 감흥도 의미도 없는 장소. 고목의 소나무가 우거진 장소에는 낮게 깔린 물안개가 스산함만 더하는 시간. 바삐 넘어가는 해도 그 끝에 다다를 때쯤 이번 일정도 끝나간다.

    △ 김영훈△ 1991년 창원 출생△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준비생

    △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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