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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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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교사로 사는 건 교육적 판단의 연속- 박순걸(밀양 예림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19-10-14 20: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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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헌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가르침’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유구한 시간을 지나 온 교육이 만약 단순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었다면 인간은 화성을 개발해 이주를 하고도 남음이 있는 기술축적을 이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것을 보면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수세기를 거쳐 왔지만 아이들을 딱 보면 상황을 알아채는 센스를 개발하지 못했기에 3월이 다가오면 선생님들은 여전히 새 학년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1년 만에 강산의 변화보다 더 빠른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아이들을 힘겹게 가르치는 교사들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질책을 받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행정가들은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서 교사가 교육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빼앗아 법적인 테두리 안에 가두었다. 덕분에 선생님들은 정해진 수업만 잘하면 되는 학원 강사가 되기도 하고,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찰이 되기도 하며, 보육과 돌봄을 해야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기도 한다. 법에 갇혀 있는 선생님들은 언론에 치이고 학부모에게 치이고 심지어 학생들에게까지 치이는 동네북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교사는 모든 상황을 법적으로만 판단하는 경찰이나 판사, 행정가들과는 달라야 한다. Max van Manen은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처한 어떠한 상황도 교육적 상황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교육할 수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해 학생이 뭔가를 배울 수 있게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교사는 다양한 학생과 똑같은 수의 다른 성향의 학부모를 상대하면서 수없이 많은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느 곳에서 어떠한 상황과 마주치더라도 교육적 상황으로 먼저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교육적 판단은 고대 그리스의 선생님부터 2019년의 선생님까지 누군가의 스승이 되는 순간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의 기준을 법보다 제자를 향한 교사의 교육적 판단이 더 존중받는 2020년의 학교 모습을 기대한다.

    박순걸(밀양 예림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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