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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제정 소고- 박용웅(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

  • 기사입력 : 2019-10-09 2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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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부독재에 맞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분연히 일어나 항거했던 부마민주항쟁이 꼭 40년 만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1979년 10월16일로 기록된 부마민주항쟁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함으로써 부마민주항쟁은 이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항쟁 당시 18세의 고등학생으로서 시위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실로 감개가 넘쳐 흐른다. 시민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투철한 민주의식을 갖고 열렬히 참여했든, 치기 어린 청소년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즉흥적 참여였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참여’의 의무를 다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필자는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마산과 부산에서 동시에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견인하는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굳어진 평가다.

    특히 특정 민주화 세력이 아닌 하층 도시민과 노동자·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이뤄진 대독재 투쟁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3·15와 4·19와 함께 민주성지 마산, 나아가 경남의 반불의·반독재 항거 정신을 유감없이 투영한 표상이기도 하다.

    그간 숱한 논란을 거쳐 부마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었던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시각이 어느 정도 평형점을 찾았거나, 상호 일정 수준 수용 가능한 이념적 근접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법무부 장관 임명 등을 둘러싸고 극단적 이념 대립 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런 평가를 하는 데 대해 많은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 어쨌든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려면 그 같은 논리가 동원돼야 할 것 같다.

    민주화를 열망하며 시민 학생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섰던 부마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에는 또 다른 메시지도 있다. 바로 정치권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은 늘 깨어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당시 부마항쟁이 주창한 것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어제의 역사는 오늘의 과거이지만 그 과거는 늘 오늘의 거울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잠언(箴言)이다.

    이제 곧 첫 기념식이 16일 창원에서 열린다. 부마민주항쟁이 국가적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뜻깊은 행사가 권력과 권한, 국민과 국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이번 국가기념일 지정이 당시 항쟁에 참가했다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명예회복,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박용웅(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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