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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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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우와 형법 제122조- 황재은(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19-10-03 20: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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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기(杞)나라에 늘 불안해하던 어떤 사내가 살고 있었다. 사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까? 땅을 내려다보며 발밑에 있는 땅이 꺼질까? 근심했다. 사내는 근심이 더 심해져 밤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주변인이 하늘은 공기가 두텁게 쌓여 공기 없는 곳이 없고 땅에는 사방에 흙이 쌓여 흙으로 꽉 차 있어 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땅도 꺼지지 않는다고 얘기하자 그제야 근심이 풀린 듯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기우(杞憂)는 그 사내의 터무니없는 근심거리처럼 ‘쓸데없는 걱정’을 빗대는 말이다.

    학생인권조례 보고 놀란 일부 도민의 노파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시대적 요청과제라고 했으나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해 도의회 상임위에서부터 부결되었다. 한편 경상남도 인권증진조례는 2010년 제정될 당시부터 어린이, 청소년, 노인, 이주노동자 등 인권약자의 인권 증진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사회와 분리된 보호기관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고,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5년 단위의 기본계획에 맞게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일 뿐이다.

    일례로 공장이나 식당, 심지어 농촌에서도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일상이다. 옛 우리 선배들이 독일의 광부로, 병원 간호사로, 아랍의 건설노동자로 외국인 생활을 해 온 것처럼, 그들도 그 가족과 국가를 위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다하는 힘든 일을 지방소멸의 끝자락에서 감내하고 있기에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인권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

    공부하는 도의회로 다듬어진 제11대 도의회에서 집행기관의 조례를 분석한 결과 실행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조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인지되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른 공무원인 도의원은 형법 제122조(직무유기)를 위반하게 된다. 대다수의 도민은 기우(杞憂)와 형법 제122조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 줄 것인가?

    황재은(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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