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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힘없다고 작은 국가로만 살 것인가-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9-30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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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근 문화체육부 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강한 자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순종하거나, 무모하게 대드는 것, 혹은 힘을 키워 맞설 기회를 노리거나 힘없는 사람끼리 뭉쳐서 떼로 맞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와 국가 간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리적인 위치와 환경에 따라 정치와 국제관계에 영향을 받는 불리한 지정학적 영향을 받고 있다. 군사·경제적으로 강국인 러시아와 중국, 일본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남북 분단까지 더해져 지정학적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최근 우리나라는 우방이라 불리는 미국, 일본과 각종 사안으로부터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대가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사실상 주한미군 인건비까지 포함한 약 6조원을 요구하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는 등 교역과 관련해서도 철저하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인 미국의 눈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역시 아베 일본총리가 위안부 배상건과 관련해 보복조치로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수출규제로 압박하면서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또 다른 강대국으로 한때 적대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최근에는 사드의 국내 배치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각종 경제적 보복을 당하기도 하는 등 위태로운 외줄타기 외교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나라가 북유럽의 핀란드다. 러시아와 스웨덴 사이에 있는 핀란드는 오랫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1917년에야 독립을 했다. 하지만 1939년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5년간 두 번의 전쟁 때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맞서 약 1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평화조약이라는 미명하에 굴욕적이지만 소련에 3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며 국가를 지켜냈다. 전쟁 과정에 핀란드는 국익을 위해 소련과 전쟁을 벌이던 나치독일의 편에 서기도 했다. 결국 핀란드는 서방세계의 어떠한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약소국임을 자인하고 소련이 핀란드를 신뢰하도록 우호관계를 맺는데 전력을 기울여 소련으로부터 국가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핀란드는 이런 지정학적 불리함을 인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며 오늘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핀란드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인 소련에 대한 우호정책을 시행했던 당시 케코넨 핀란드 대통령은 “핀란드의 외교정책은 지정학적 환경을 지배하는 이해관계에 실존을 맞추는 것이다. 핀란드의 외교정책은 예방외교이다. 위험이 코앞에 닥치기 전에 미리 감지해서 위험을 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입장을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는 작은 국가는 군사와 정치 분야의 향후 발전에 미치는 요인들을 미리 정확히 인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국가는 외교정책의 해법에 공감이든 반감이든 감성을 뒤섞을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국가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해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극복한 핀란드의 외교정책은 유연성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도 잘 이용하면 강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외교원칙이 어떤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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