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7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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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동해

청록빛 바다, 조용한 해변, 솔밭 산책로. 구석구석 아름다운 동해안
부산~휴전선 7번 국도 드라이브 최적 코스
속초 척산온천서 설악산 트레킹 후 온천욕

  • 기사입력 : 2019-09-25 20: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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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NO JAPAN’ 운동 확산으로 국내여행이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 동안 국내 테마파크 방문객이 작년 대비 640% 올랐고, 호텔예약은 43%, 기차여행은 39% 증가했다는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조사결과를 보았다. 바야흐로 국내여행이 트렌드인 시대가 왔다. 동시에,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참 많은 동해안 명소 몇 군데를 소개할까 한다.

    △7번국도= 7번 국도는 동해안을 종주하는 도로다. 부산에서 시작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강원도를 거쳐 휴전선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대부분 동해바닷가와 백두대간을 끼고 달린다. 차창 밖으로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울창한 숲이 눈부시게 펼쳐지니 드라이브만으로도 즐겁다. 이뿐만 아니다. 동해안과 접해있어 해산물 천국인 도시들이 즐비하여 어딜 가나 맛집이다. 한마디로 7번 국도는 맛과 멋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도로다.

    △속초 척산온천= 강원도 속초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만큼 유명한 곳이 많다. 해수욕장은 물론 설악산국립공원, 시원한 물회와 고소한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는 대포항, 닭강정, 오징어순대 등 먹거리가 풍부한 중앙시장까지 속초하면 떠오르는 명소들이 많다. 그런데 속초에 온천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척산온천은 겨울이 되면 더 생각나는 곳이다. 휴양촌 내 객실마다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욕조가 마련되어 있고 특히 최근 리모델링을 거친 가족온천실 욕조와 노천탕에서는 설악산도 보인다고 한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 쌓인 설악산을 감상하며 고요한 휴식을 취할 상상을 하니 벌써 겨울이 기다려진다. 휴양촌 주차장 옆으로는 소나무 3,000여 그루가 늘어선 산책로와 석림원이 조성되어있다. 솔향기를 맡으면서 20여분 쯤 걸으면 설악누리길로 이어진다. 가벼운 트래킹 후 온천욕으로 마무리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맑아지는 느낌이다.

    속초 척산온천(왼쪽)과 포항 국립등대박물관.
    속초 척산온천.

    △나만 알고 싶은 바다, 울진= 내 기억 속에서 울진은 물빛이 가장 고운 바다를 품은 도시다. 처음 울진에 간 것은 10년 전쯤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어디로 놀러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부모님의 지인께서 선뜻 자신의 별장을 내어주시겠다 하셔서 가게 되었다. 별장이라니! 그것은 부자들의 전유물 아닌가?!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호화로운 별장을 상상하고 갔다가 크게 실망한 기억이 난다. 사실 그곳은 낚시를 좋아하는 아저씨의 맨케이브(man cave)였던 것이다. 어촌마을에 위치한 낡은 주택, 현관에 서서 비릿한 냄새를 내뿜는 낚시도구들, 그리고 부엌 선반에는 라면만 가득 쌓여 있었다. 화려한 숙소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울진 바다.
    울진 바다.

    아저씨께서는 자기만 아는 아지트라며 주소를 하나 찍어주셨다. 우리끼리 놀기에 딱 좋은 아주 작은 해변가 모래밭이었다. 진짜 아저씨만 아는 곳인 건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별장은 영 별로였지만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는 제대로 라며 우리끼리 낄낄거렸다. 더욱 좋았던 것은 바다의 색. 너무나 맑고 투명한 가까운 바다와 짙은 청록 빛의 먼 바다가 멋진 그라데이션을 이루어 곱고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한 3시간을 정신없이 놀았던 것 같다. 보는 눈이 없으니 해수욕도 첨벙첨벙 모래찜질도 지글지글.

    △칠보산국립자연휴양림= 울진에서 1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오면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어 더욱 아름다운 영덕이 있다. 그 빼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요즘 영덕에는 고급스러운 시설을 갖춘 풀빌라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영덕 여행을 준비하면서 큰맘 먹고 비싼 풀빌라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남아있는 방이 없어 그 인기를 실감했다.

    그 대신에 내가 예약한 숙소는 칠보산 국립자연휴양림의 휴양관이다. 자연휴양림은 산의 매력을 집성해 놓은 곳이다. 울창한 숲과 산림욕장, 곳곳에 야생화가 피어있고 계곡도 흐른다. 시설도 훌륭하다. 산림청 산하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고 펜션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칠보산 자연휴양림은 동해안을 끼고 있어 곳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 운 좋게도 객실 발코니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는 방을 예약할 수 있었다. 도착 당일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아무래도 영 불길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테라스에서 커피한잔 하면서 동해 일출을 감상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며 알람을 맞췄다.

    영덕 칠보산 국립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영덕 칠보산 국립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왜 항상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건지.... 안개가 잔뜩 낀 탓에 일출은커녕 바다도 볼 수 없었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빗소리에 잠이 깼다. 여름이지만 숲속의 아침공기는 꽤 차가웠다. 겉옷을 갖춰 입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날씨 때문에 등산로는 무리였고 휴양림 내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칠보산에는 유난히 키가 큰 소나무가 많았다. 비 때문인지 더욱 짙게 느껴지는 소나무 향내를 맡으니 정말 상쾌했다.

    한 시간쯤 걷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매점이 눈에 띄었다. 간단한 먹거리들을 판매하는 작은 매점이었다. 아침식사용으로 샌드위치를 사오긴 했는데, 매점 안에 있는 봉지라면을 보는 순간 샌드위치는 내 맘속에서 그저 흔한 빵 쪼가리로 전락해버렸다. 라면을 끓이고, 시원한 바람이 통하도록 테라스 문을 활짝 열고 타닥타닥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먹은 라면은 해수욕장 물놀이 후 먹은 컵라면보다 스키장에서 칼바람 맞으며 먹는 라면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포항의 바다= 영덕에서 다시 남쪽으로 한 시간, 포항이 있다. 철강산업의 메카이자 항구도시 그리고 관광도시이기도 한 포항에는 가볼만한 곳이 정말 많다. ‘상생의 손’ 조각상으로 유명한 호미곶 해맞이 광장,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 해상 누각이 있는 영일대해수욕장, 풍부한 어장을 가진 구룡포와 엘도라도 구룡포를 꿈꾸던 일본인들이 살던 일본 가옥 거리, 포항 경제의 젖줄이자 밤이 되면 색다른 모습으로 포항을 밝히는 포스코 공장, 어마어마한 규모의 죽도시장까지. 은근히 볼 것이 많은 도시다.

    속초 척산온천(왼쪽)과 포항 국립등대박물관.
    포항 국립등대박물관.

    이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모두 후보에 놓고 포항에서 반드시 가야할 1등 여행지를 꼽으라면 바로 죽도시장이다. 포항 시내에 위치한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갓 잡아 올려 싱싱한 수산물을 비롯해 인근에서 수확한 농산물과 과일들이 모두 모이는 시장이다. 그 덕분인지 질 좋고 신선한 재료들로 조리하여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맛집들이 많다.

    대게, 물회, 간장게장, 곰탕, 칼제비 등 죽도시장을 대표하는 무수한 먹거리들을 뒤로하고 내가 고른 메뉴는 고등어구이 백반이다. 거대한 미로처럼 복잡한 시장이라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마침내 찾은 백반골목에는 같은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양쪽으로 늘어서있었고, 좁은 골목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회전율이 좋은 편이라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마침내 받은 한 상에는 덩치 좋은 고등어구이와 따끈한 밥, 된장찌개, 각종나물과 쌈채소가 푸짐하게 나왔다. 나물반찬은 밥 위에 올려 고추장에 슥슥 비볐다.

    여기에 두툼한 고등어 한 점을 곁들여 쌈에 싸먹었다. 놀라운 점은 고등어 특유의 비린 맛이 전혀 없었다는 점. 고등어 뼈를 바르다 보면 손에 기름이 묻어 아무리 손을 씻어도 냄새가 빠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죽도시장표 고등어구이는 어찌나 신선한지 냄새가 전혀 베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단돈 5,500원이라는 것.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게재를 마친다. 어떤 여행이든 다녀온 후에 한층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문에 내 이야기를 적는 것 역시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남신문을 통해 나의 여행기를 보일 수 있어 영광이었다.

    메인이미지

    △손수나

    △1988년 부산 출생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 전공

    △경남메세나협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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