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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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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진실의 법정-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9-23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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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한 주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핫 이슈는 아마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33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조국 법무장관 사퇴와 관련한 ‘전국교수모임의 청와대 앞 시국선언’ 등일 것이다.

    이 가운데 전국 290개 대학 전·현직교수 3396명이 참여한 전국교수모임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이삼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의 “정의와 윤리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공감한 지식인들이 정치적 노선과 상관없이 법치(法治)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습니다”라는 말은 정치적 윤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남겼다.

    특히 역대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33년 만에 특정된 것을 통해 ‘범인은 꼭 잡힌다·완전 범죄는 없다’는 확신을 우리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우리나라의 장기미제 사건은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부지기수다.

    법무부가 정갑윤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지검별 미제사건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검찰이 처리하지 못한 미제사건이 8만3927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5658건에 비교하면 8629건(10.9%) 증가한 수치다. 누적 미제사건은 2016년 6월말 7만1952건에서 2017년 6월말 6만8369건으로 3000여 건이 줄었으나 2018년 6월 7만5658건, 2019년 6월 8만3927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더욱이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수사 중인 미제살인 사건만 모두 268건으로 지방청별로는 서울이 59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남부 37건, 부산 26건, 경북 16건, 경기북부·울산·충북 14건, 강원 13건, 인천·광주·전북경찰청 11건, 경남 10건, 충남 9건, 대구 8건, 전남 7건, 대전 6건, 제주 2건 등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놀이터서 사라진 이형호군 실종사건을 들 수 있다.

    경남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2002년 통영에서 20대 주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부터 2012년 8월 사천의 한 주택가에서 6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것까지 모두 10건에 이르는 살인사건이 증거 미확보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그나마 미제 사건의 해결 방법으로 꼽혀오던 DNA법이 올해 폐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헌법재판소가 ‘DNA법 8조’를 두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명령했지만 국회는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서둘러 인권침해 소지 부분을 보완해 미제사건의 실마리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유력 용의자가 진범으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끝나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형사 법정에는 세울 수 없다 하더라도 반드시 끝까지 찾아내 진실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완전 범죄는 없다’는 사실을, ‘범인은 꼭 잡힌다’는 진실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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