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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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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전상(戰傷)과 공상(公傷)-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9-22 2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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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생활 중 북한 목함지뢰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국가유공자 위치를 두고 설왕설래다. 국가보훈처는 하 중사가 군을 전역하며 올린 국가유공자 자격을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으로 판정 내렸다. 공상 판정을 받은 하 중사는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 다리뿐만 아니라 명예마저 빼앗아 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에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작전 중 수색로 인근에 매설된 목함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전상과 공상의 차이는 작전이냐, 교육이냐에 따라 나뉜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부상을, 공상은 교육·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부상을 뜻한다. 보훈처는 목함지뢰로 두 다리를 잃은 것은 북과 무관하게 발생한 사고로 판단한 것이다. 하 중사가 억울해 펄쩍 뛰는 것이 이 부분이다. 수색 작전 중 다친 것을 작업하다 다친 것처럼 처리했다는 점이다. 이는 나라를 위해 복무하는 군인들에게 주는 국가의 보답은 아니다.

    ▼최전방 사단 수색대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번 목함지뢰 건도 그렇다. 하지만 매일 다니는 수색로에 북한이 사용하는 목함지뢰가 묻혀 있다는 것은 경험상 이해하기 어렵다. 전방은 거의 미확인 지뢰지대라 폭우가 온 뒤 지뢰가 산에서 밀려 내려오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반은 밖으로 드러나 있다. 매일 다니는 딱딱한 길에 매설됐다는 것은 인위적이라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하 중사의 지뢰건은 북한의 도발로 봐야 한다는 게 그동안 견해이다.

    ▼지난달 하 중사의 심사과정에서 친여 성향 인사들이 “전 정권의 영웅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나라를 지키다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국가보훈 자격을 두고 정치적으로 쑥덕거렸다는 것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군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한다. 다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군에서 부상당한 찢어진 눈두덩이로 망가진 얼굴이 더 한스럽다. 군에서 죽고 다친 놈만 멍청하다는 말이 나돌게 하면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아니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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