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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7)

노을이 진다, 가슴이 뛴다

  • 기사입력 : 2019-09-18 20: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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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 3~4시간씩은 기본으로 이동했지만, 오늘은 최장시간 6시간 30분을 이동했다. 처음에는 장시간 이동해도 새로운 자연경관이라 보면서도 늘 놀라웠는데 이제 익숙해져서인지 놀랍지도 않았다. 그래도 대자연은 대자연이라 볼 때마다 눈 호강을 하긴 했다.

    비너스베이에 해가 지는 모습, 한국의 주황빛 노을과는 다르게 새빨간 노을이 인상적이다.
    비너스베이에 해가 지는 모습, 한국의 주황빛 노을과는 다르게 새빨간 노을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처음으로 최악의 캐러반 파크를 맞이했다. 마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도로를 가다가 있는 곳이었다. 보니까 우리 같은 여행자는 한 명도 없고 화물차 운전자들만 가득했다. 처음으로 이런 곳을 왔더라면 오~하고 신기해했을 텐데 여태 너무 좋은 곳에 있다 와서 당황했다. 샤워도 돈을 내고 해야 하고 주방도 없었다. 다들 멘붕이었다.

    너무 배고프고 심지어 모래바람도 너무 많이 불었지만 주방이 없어서 차 트렁크를 열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진짜 다큐멘터리를 찍는 기분이었다. 설거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먹고 설거지하듯이 휴지로 닦고 다음 숙소에서 씻기로 했다. 다 먹고 당연히~ 할 게 없어서 노트북이랑 차 블루투스랑 연결해서 스텝업을 봤다. 차랑 연결하니까 사운드가 빵빵해서 더 생동감 있었다. 차에서는 처음 영화를 봤는데 그냥 보는 것보다 훨씬~ 몰입감 있고 왜 사람들이 자동차 극장을 가는지 알 수 있었다. 같이 여행한 오빠가 외장하드에 영화를 많이 넣어 와서 다행이었다. 진짜 생 길바닥에서는 너무 할 게 없었다. 물론 같이 여행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도 재밌었지만 밤에 맥주랑 함께 하는 영화도 정말 좋았다.

    로드트립 시 꼭 필요한 것은 영화랑 책인 것 같다. 영화도 꼭 많이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그 전날 배터리 풀 충전도 필수다. 또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나무 밑에서 의자에 앉아서든 텐트에 누워서든 보는 책도 정말 좋다. 한국에서는 늘 뭔가 빨리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천천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죄책감이 들었지만 호주에서는 다들 여유로워서 나도 자연스럽게 여유로워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정말 성격 급하고 빨리 빨리의 표본이었는데 이렇게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또 나는 평생 여유롭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 안에도 여유로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좋았다.

    샤워가 유료여서 밤에는 씻는 걸 포기하고 아침에 씻고 개운하게 가기로 했다. 늘 아침을 먹고 출발했는데 아침을 먹을 수도 없어서 차에서 에너지바로 배를 채웠다. 열심히 달려 눌라보 국립공원으로 갔다. 중간에 정차해서 절벽을 봤는데 진짜 장관이었다. 영국에서 본 세븐시스터즈 느낌도 나고 사진도 너무 예쁘게 찍혔다.

    눌라보 국립공원서 바라본 절벽.
    눌라보 국립공원서 바라본 절벽.
    한가로운 배 선착장.
    한가로운 배 선착장.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마치 농장 같았다. 주위에 풀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마치 소나 염소가 뛰쳐나올 거 같았다. 저녁을 먹고 텐트를 치고 잠들었는데, 갑자기 물이 얼굴에 떨어졌다. 꿈에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나만 느낀 게 아니었나보다. 다 같이 일어나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봤더니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놀라서 차로 뛰어가 텐트 밑에 치는 두꺼운 비닐 같은 것을 꺼내서 위에 덮고, 휴지 있는 것을 다 꺼내서 비 샌 곳을 막았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찍 출발해야 해서 푹 잤어야 했는데 비 때문에 잠을 설쳤다.

    비너스베이는 진짜 호주에서 본 곳 중에 제일 예뻤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렀고, 내 마음도 그랬는지 발도 안 떨어졌다. 저녁을 먹고 노을 사진을 찍으러 갔다. 한국에서는 주황빛이었다면 호주에서는 새빨간 노을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노을도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호주도 너무 예뻤다. 물론 건물들을 보는 것도 예쁘고 좋았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보다 자연이 더 예쁘고 아름답다는 것을 호주에서 제일 많이 느낀 것 같다.

    비너스베이 노을,
    비너스베이 노을,

    호주랑 뉴질랜드를 가본 사람들은 호주보다 뉴질랜드의 자연이 더 예쁘다고 하던데 이쯤 되니 뉴질랜드는 얼마나 더 위대한 자연들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노을을 보러 가서 인생 샷을 건져서 카톡 프사를 바꿨다. 뿌듯해하며 잠에 들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봤더니 텐트 안에서 깔고 잤던 에어매트에 구멍이 났는지 바람이 숭숭 빠져서 거의 바닥이랑 마주하고 있었다. 일어났는데 거의 맨바닥에서 잔 기분이었다. 에어매트 덕분에 바닥이 딱딱하고 불편해도 잘 잤는데 앞으로의 잠이 걱정됐다. 아침을 먹은 후 숙소에 있던 퐁퐁(트램펄린)을 타러 갔다가 아침 이슬에 젖어서 미끄러운지 모르고 신나게 타다가 미끄러졌다. 아침부터 구르고 서로 웃겨서 한바탕 웃었다.

    링컨 국립공원으로 갔는데 현금이 필요했다. 현금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차를 뒤져서 있는 현금을 다 찾아서 들어갔다. 물이 진짜 맑고 깨끗했다. 오프로드 같은 비포장도로를 갈 때 차가 너무 흔들려서 차바퀴에 구멍 나는 줄 알았다. 다행히 SUV여서 좀 덜한 거였는데 일반 승용차였다면 이미 차 밑 부분이 다 떨어졌을 것 같다. 되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돌아가는 것조차 막막해서 앞에 가는 차를 따라갔다. 앞에 차는 바퀴를 오프로드용으로 바꿨는지 차도 덜 흔들리고 편안하게 갔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된통 당했다.

    생각보다 국립공원이 너무 넓어서 볼 곳도 많았고 보존된 자연이어서 길가에서 보지 못한 동물들도 있었다. 정말 이름도 모르는 동물들 그리고 꽃도 많았다. 주차장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차들이 주차된 곳에 놔두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따라 갔다. 그랬더니 바다가 나왔다. 옷을 챙겨 온 게 아니라서 바다에서 놀지는 못하고 발만 담갔다.

    △ 우주현△ 1995년 김해 출생△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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