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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잘못된 방법을 취하는 실수일 뿐- 문석호(경남자살예방협회 이사신경정신과 전문의)

  • 기사입력 : 2019-09-10 20: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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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지난 2003년 제정된 이날은 자살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념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날이다.

    삶 또는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을 성싶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2016년부터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은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같은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외 사회·문화·경제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해도 오히려 그 증상이 회복될 때에도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 등은 정신질환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자살 현상은 사람이 처한 상황, 그의 성격, 사생관 등 많은 부분들이 고려되어야 할 만큼 복잡한 문제이다.

    또한 자살은 죽음이 그런 것처럼 누구도 그것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리고 자살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는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이들을 대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런 오해 가운데 하나는 자살에 대한 질문이 당사자를 자극하여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본인의 감정에 대하여 상대방이 주저하고 있는 것이 더 두려움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자살행동에까지 다다르게 된 이들의 절망감이나 좌절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혹 그 상태를 마음이 얼어붙었다고도 하며, 터널시야가 되었다는 표현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그 감정상태가 어떻게 나타난 것이건 그것은 본인의 감정이므로 잘 표현하여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환자분들은 각양각색으로 이에 대해 표현하지만 대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곤 한다. 무서운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다고 하며 어느 때는 자신의 손목이나 배를 째고 싶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못 견디겠다고도 한다. 그럴 때는 언제라도 도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믿음이 제일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잔인한 충동이 일어날 때 스스로 그 충동이 두렵고 또한 어느 때는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충동이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은 아니므로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죄스러워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충동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이 문제이다. 불안에 휩싸여 모든 순간 죽음과 파괴 이외에는 듣지 못하게 되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좌절이나 파국으로 받아들이는 절망은 단지 자신이 생존하기에는 좁은 지금까지의 세계가 부서지는 하나의 긍정적 변화일 수 있다. 사실 그런 과거의 신경증적 세계의 와해 없이 어떻게 우울증이 호전될 수 있겠는가라고 M. Boss는 반문한다. 그래서 자살은 항상 잘못된 방법을 취하는 실수일 뿐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문석호(경남자살예방협회 이사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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