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의료칼럼] 32가지 개별성 식단 관리

  • 기사입력 : 2019-09-09 07:59:31
  •   
  • 이지선 창원 희연병원 영양계장
    이지선 창원 희연병원 영양계장

    “식사는 치료다!” 조회시간이 끝난 뒤 영양실에서 흘러나오는 이 구호는 식사 또한 치료의 일부로서 환자에게 정성스런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우리의 다짐이다. 예전에는 병원식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반식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맛있는 치료식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병의 종류가 다양하듯 식사 또한 여러 종류가 있다. 필자의 병원에서는 총 32가지의 식사종류가 있으며, 환자의 상태를 통해 개별 식단을 반영해 제공하고 있다. 32가지 식단에 대해 종류를 나열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일반식, 연식, 유동식 3가지가 있고, 치료식으로는 당뇨식, 저염식, 고염식, 저단백식, 고단백식, 저지방식, 저콜레스테롤식, 체중조절식, 신장식, 신장당뇨식, 저퓨린식, 저칼륨식, 고칼륨식, 격리식, 항응고제식, 연하곤란식 1·2·3 단계식이 있으며, 11가지 종류의 경관식이 있다.

    일반식 같은 경우에는 4찬과 밥·국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입원 연령대의 평균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고자 평일 점심에는 비빔밥·잔치국수 등 일품요리를 선택식사로 제공하여 만족도를 올리고 있다. 또한 연식은 죽으로 제공하는 식사인데, 호박죽· 땅콩죽 등 매번 다른 죽을 제공하여 단조로운 식사를 피했다.

    유동식은 보통 미음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양을 고려하여 갈아서 만든 반찬, 건더기 없는 국물과 동치미국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보통 피딩을 끝내고 식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많이 섭취를 한다.

    당뇨식 같은 경우에는 치료식 중에서도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사이다. 그만큼 많은 병원에서 당뇨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기본적인 당뇨식 구성은 칼로리에 따른 잡곡밥과 반찬량 그리고 유제품, 과일류를 제공한다.

    다지기 정도에 따라 나뉘는 1·2·3단계의 연하곤란식은 보통 흡인의 위험성이 있는 분들이 드시는 식사인데, 액체를 그냥 드시면 기도로 넘어가게 되어 위험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건더기 없는 국에 연하프리를 타서 작은 종지에 함께 제공해 드리고 있다. 이 외에도 신장식, 신장당뇨식도 제공해 드리고 있으며, 신장식 같은 경우 보통 염분을 제한하여 조리를 하지만, 식사량 증진을 위해 환자분의 입맛에 맞춰 약간의 간을 해서 드리기도 한다.

    환자분께서 입원을 하면 임상영양사는 초기영양평가를 작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분의 영양상태, 활동량, 섭취량, 알러지, 그리고 선호하는 음식과 기피하는 음식을 상담한다. 한 번 입원을 하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계시는 분들이 많은 만성기 병동 특성상 병원식사는 대충 드시고 갈 식사가 아니라, 재활운동을 하시며 퇴원하는 그날까지 집밥처럼 드시게 될 식사이다. 그래서 개별성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개별성 식단을 반영하여 배식을 하고자 한 분 한 분 네임카드를 작성하여 관리한다.

    배식카에 붙어 있는 네임카드에는 식사명, 선호음식, 기피음식, 비고 4칸으로 되어 있으며 기피 음식에 대한 대체 메뉴가 기입되어 있다. 모든 식사에는 갈기, 곱게다지기, 다지기를 적용하여 저작이 불편하여 드시기 힘든 환자에게 제공한다. 편마비 환자에게는 생선포를 따로 준비하여 가시가 없는 생선을 제공해 드리는 등 식사 불편을 개선한다. 이렇게 환자 한 분마다 개별성 관리를 하여 식사에 대한 만족도와 섭취량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처음 병원에 근무했을 때는 모든 영양사들이 환자들의 성함, 호실, 식사명, 심지어 좋고 싫어하시는 음식이 무엇인지 다 외울 정도로 개별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고, ‘이걸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담당하고 있는 병동의 환자들을 항상 만나 뵙고 식사량, 선호 메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 숫자는 엄마의 수와 같다고 했다. 우리 병원 영양실의 식단의 숫자는 환자 수와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도 영양사와 조리원 모두가 한 분 한 분의 네임카드를 보며 정성스럽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선 창원 희연병원 영양계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오복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