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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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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58) 제24화 마법의 돌 158

“오늘은 들어오지 못할 거야”

  • 기사입력 : 2019-08-29 07: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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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허정숙이 예뻐졌다고 생각했다.

    “왜? 무슨 일이 있나?”

    “나는 하루종일 당신만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런가? 내가 미처 신경을 못 썼네.”

    그때 16, 7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차를 가지고 왔다.

    “혼자 있기 심심해서 일하는 애 하나 두었어요.”

    허정숙이 여자 아이를 곁눈질로 살피고 말했다.

    “누군데?”

    “구걸을 하고 다니기에 청소나 시키려고요. 이름은 말자예요. 사장님께 인사드려라.”

    허정숙의 말에 말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허름한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데 몸이 통통해 보였다.

    “조신한 애는 아니에요. 동냥을 하면서 몸을 험하게 굴렸대요.”

    허정숙의 말에도 말자는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고 배시시 웃었다. 허정숙이 손을 내저었다. 말자가 쟁반을 들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들어오지 못할 거야.”

    “또 요정에 가세요?”

    허정숙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이재영을 쳐다보았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함께 지내지. 나들이라도 갈까?”

    “당신이 운전해서요?”

    “그래. 우리 둘이서 바람이나 쐬러 가자구.”

    이재영은 허정숙을 안아주었다. 요정을 여러 개 사면서 그의 요정 출입이 더욱 잦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뜻밖에 대구에서 류관영이 와 있었다. 류관영을 보자 류순영이 떠올라 가슴이 저렸다.

    “대구는 좀 어떤가?”

    이재영은 류관영과 악수를 나누고 소파에 마주앉았다. 비서가 커피를 가지고 들어왔다. 대구는 시위사태와 콜레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아직도 남로당이 활동하기는 하지만….”

    “콜레라는?”

    “장마철이 되어야 알지요. 금년에는 창궐하지 말아야 할 텐데요.”

    콜레라는 여름철에 발병했다가 찬바람이 불면 물러간다. 류관영은 그에게 무엇인가 말을 할 듯했으나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서울에는 무슨 일이야?”

    “매형이 저에게 주신 삼일상회를 이제 오성상회로 바꾸려고 합니다.”

    이재영은 류관영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가 삼일이라는 이름을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왜?”

    “오성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잡화전, 양조장을 거느린 회사입니다.”

    류관영이 회사를 키우려고 하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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