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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읍참마속(泣斬馬謖)- 서영훈(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9-08-27 2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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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삼국시대에 촉한의 재상 제갈량이 1차 북벌 때 보급로의 요충인 가정(街亭)을 마속(馬謖)에게 맡긴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길을 굳게 지키며 위나라 군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마속은 그러나 제갈량의 지시를 어기고 군사를 움직였다가 참패하고는 가까스로 본진으로 돌아왔다. 제갈량은 생사를 같이하기로 했던 친구 마량의 아우이기도 한 마속을 눈물을 머금으며 참형에 처한다.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그를 법무장관에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데다, 그동안 불의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던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그와 가족 주변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그의 딸을 둘러싼 대학 입학 및 장학금 논란은 공정사회를 강조해온 현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있다.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실정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혹이 위법한 행위로 드러나면 청문회와는 별개로 사법적인 판단이 불가피하며, 공무원 임용 자체도 문제가 된다. 인사청문회가 재판이 아닌 이상, 후보자가 장관이 될 만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들의 몫이다. 여든 야든, 국민의 생각과 어긋난 결과를 도출한다면 머지않아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설사 여러 의혹을 남긴 채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다고 하더라도 검찰 개혁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렵사리 검찰 개혁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서는 검찰개혁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인 정치개혁 근처에도 가보지 못할 것이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강조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샀던 정부라면, 군율이 살아있다는 것을 군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읍참마속했던 제갈량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려고 자꾸 꾀를 부리다가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서영훈(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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