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거부의 길] (1655) 제24화 마법의 돌 155

“당신 살이 닿으니 좋다.”

  • 기사입력 : 2019-08-26 08:07:30
  •   

  • 미월이 그들의 방을 드나들면서 눈치껏 술을 상 아래 쏟았어도 대취했다.

    미월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녀는 옷을 벗고 알몸으로 이재영의 옆에 누웠다.

    “당신 살이 닿으니 좋다.”

    미월이 중얼거렸다. 이재영은 미월을 끌어안고 다시 잠을 잤다. 미월은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의 몸을 애무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재영은 미월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다시 잠을 잤다. 미월도 그때서야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다.

    이재영은 아침에 미월이 끓여준 전복죽을 먹고 회사에 출근했다. 백화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사무실에 돌아오자 이철규가 와 있었다.

    “정식이는 어때?”

    이정식은 수원의 고무신공장에 내려가 일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장은 돌아가나?”

    “다음 달에는 돌릴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기계를 정비하고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1950년이었다. 해방이 된 지 어느덧 5년이 되고 있었다. 반민특위는 이승만 일파의 반대로 흐지부지되고 결국 해산되었다. 이승만은 공산당과 싸우기 위해서는 일본에 부역한 자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악질 친일파까지도 면죄부를 받고 오히려 높은 관리로 발탁되었다.

    북한과는 더욱 사이가 나빠졌다. 북한이 남한에 공급하던 전기까지 차단하자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비난을 퍼부었다. 남북이 점점 치열하게 대립했다. 38선을 지키는 양쪽 병사들 사이에서 총격전도 자주 벌어졌다. 시국이 어수선했으나 이재영의 사업은 번창했다.

    그날도 이재영은 사무실에 앉아서 지출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사장님, 요정이 의외로 수입이 짭짤합니다.”

    이철규가 지난달 요정에서의 수입을 보고했다.

    “그래?”

    “백화점보다는 못하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물장사가 괜찮군.”

    이재영은 수입보고서를 보고 만족했다. 일부는 은행에 예치하고 일부는 미월에게 맡기게 했다. 미월도 돈을 만져야 좋아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도쿄에서 대학을 같이 다니던 김태준이 찾아왔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이재영은 김태준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는 이미 반백의 머리가 되어 있었다. 이재영은 동경제국대학을 1년도 다니지 않았으나 김태준은 졸업을 하고 교수가 되었다. 경제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자였다.

    “애들하고 학교에서 놀고 있지.”

    김태준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교수 생활이 재미있나 보군.”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