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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시골 면장의 공무원 생활 단상- 박형재(남해군 설천면장)

  • 기사입력 : 2019-08-21 20: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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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82년 1월 갓 스무 살에 지방공무원에 입문, 면서기로 출발하여 2015년 7월 지방공무원의 꽃인 사무관으로 승진, 태어날 때 면장으로 태어난 게 아닌데도 영광스럽게 남들은 한 번 하기 힘든 면장을 두 번이나 수행할 수 있는 저의 삶에 대단히 감사하며, 현재 행복한 시골 면장 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 38년을 회상해 보면 산업화 시대에서 시작하여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주축을 이루는 새로운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겪은 세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생활해 오면서 피하고 싶을 때가 자주 있었다. 그런 때에 그 사람만, 그 일만 없으면 잘 되었을 것이라는 느낌으로 공무원 생활의 걸림돌을 전부 그곳에 돌려놓고 살아왔던 것이 아닌지 반문해 본다.

    우리는 공무원 생활을 퇴직이든 명예퇴직이든 떠날 때까지 좋든 싫든 공무원 생활의 의미를 해석하며 바쁘게 살아가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물론 시작할 때 목표도 중요하지만 공무원 생활 도중에 그 의미에 따라 공무원의 삶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부는 좌절하고 고통받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는 다행히 어릴 때부터 어렵게 자란 탓에 어떤 상황이 바뀌어도 동일 사항에 대해 새롭게 보는 법을 터득한 덕분인지 잘 극복해 왔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나는 그래도 어려운 시절에 온갖 수모와 곤경을 참아낸 경험이 있어, 직장에서 맞이한 곤경은 오히려 적응력을 키우고 하나의 도전과 성장의 기회로 새로운 의미를 찾으며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내 존재감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튼튼하게 하려면 스스로 삶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의적 작업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다소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맞추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하지 못해 일일 노동 등으로 남의 눈치를 보며 정체성이 숙성되는 혼돈의 청소년기를 거쳐 일찍이 공무원이 되었기에 내 정체성은 내가 지키고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나의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생활을 앞두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 공무원의 삶을 무슨 내용을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고 무엇을 빼놓았는지를 알아보면 내 삶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내 삶을 스스로 설명한 것이 합리적인지, 왜곡되어 있는지, 무리한 설명인지, 심지어 떼쓰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면 내 전부라 할 수 있는 삶의 설명서 초판이 진정 내 생각인지, 내가 소망하는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춘 소망을 내 것들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내 생각, 감정, 행동의 주체가 된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평범한 공무원이 평생의 젊음을 바친 삶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고 마음의 움직임은 물론 예측이 어렵다. 영혼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에 한평생을 공무원 생활로 보낸 나를 대상으로 간주해, 비판하고 부담을 주고 공격해서 고통을 주는 경우도 많았던 것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앞으로는 남은 공무원 생활만이라도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더욱 험난한 세상에 직면해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거창한 계획보다 제2의 인생에 삶의 질을 높여 나갈 방법을 준비하는 것은 혼자만의 너무 때 이른 생각일까?

    박형재(남해군 설천면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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