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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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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에게도 필요한 인재-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19-08-20 20: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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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에 일본을 다녀왔다. 일감 부족으로 한참 어려운 때에 우리 회사에 L/I(발주의향서)를 보내 왔으니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 했다. 한·일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정식계약까지 불과 한 달이지만 고객사의 분위기도 모니터링해야 했다. 다행히 큰 변수는 없는 듯했고 몇 가지 경우의 수도 이미 대응책을 검토해 둔 듯해서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회의 중간에 고객사의 임원이 한국 기술자 채용 얘기를 꺼냈다. 한국 대졸사원 면접을 봤는데 경남의 모 과학고를 나와 서울의 H대학을 졸업했고 결과도 좋아 설계 부서에 근무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 대기업에 당당히 합격한 젊은 친구가 대견스러웠고, 무역 분쟁의 와중에 편견 없이 뽑아 준 일본 기업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제조업에 꼭 필요한 인재인데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일본의 대기업이니 샐러리맨의 시작 치곤 기죽을 일은 아니지만, 임금 수준으로 본다면 일본의 대졸 초임이 우리 돈으로 3000만원 수준이니 한국의 중소기업보다 낫다고도 할 수 없고, 정기적인 승진에 정년까지 보장해 줄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기술력도 뛰어나고 엔지니어를 우대하고, 또 한국 사람에 대한 편견도 별로 없는 안정적인 회사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보고 우리 젊은이들이 국내 대기업이나 공무원의 신분을 마다하고 갔을 리는 없다. 아마도 수십 대 일에 달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바늘구멍 같은 채용시험에 지쳐서, 또 중소기업은 너무도 열악해서 해외로 도피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부족한 일자리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만일 중소기업이 경쟁우위의 사업영역을 갖고 있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성과가 회사의 재무 상태나 지명도에 반영이 되어 있다면 어떨까? 이익이 나는 회사라면 복리후생에서 대기업만 못할 이유가 없다. 회사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눈앞의 이익보다는 우선 회사를 견실하게 만들고 나서 젊은 친구들에게 부탁해보자. 우리 회사에 와서 정년까지 행복하게 함께 살자고.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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