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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反 1만 시간의 법칙- 김희진(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8-20 20: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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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매력적인 여러 도시 가운데 수도 런던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 중 하나가 리버풀이다. 인구 5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이 도시로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는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활동무대였던 캐번클럽이 있다는 것이다. 비틀스는 밴드 결성 후 이듬해인 1961년 이 클럽에 첫 출연한 후 2년간 292회 공연을 하며 세계 최고 밴드 반열에 올랐다.

    ▼‘팝 음악의 역사는 비틀스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성 높은 비틀스이지만 그들도 어느 날 혜성처럼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비틀스가 캐번클럽을 거쳐 성공하기까지 오랜 기간 매일매일 하루 8시간이 넘는 피나는 연습을 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덕분에 비틀스는 ‘1만 시간의 법칙’의 사례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가량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첫 사용한 말로,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로 유명해졌다. 아웃라이어에서도 비틀스를 예로 들고 있다. 그럼 누구나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하면 비틀스 같은 밴드가 될 수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도 단순히 1만 시간의 노력만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1만 시간의 법칙’이 통하려면 물리적 시간보다는 고도의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反(반) 1만 시간의 법칙’도 등장했다. 미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노력의 누적량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악기를 다루는 기술의 경우 연습량이 습득력에 미치는 영향이 21%이지만 지적 전문직은 1%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1만 시간이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고, 실패했다고 그 사람이 노력하지 않았거나 끈기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면 된다’는 신화가 언제나, 누구에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성실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공정한 세상 가설은 창의력이 경쟁력이 된 이 시대와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

    김희진(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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