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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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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간은 행복하지 않다- 강양희(KT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19-08-18 20: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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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부터 지금까지 저명한 철학자나 사색가들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원리 탐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즉,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자 우리는 대를 이어 고민하고 그 답을 애타게 찾고 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도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지? 내 삶이 의미가 있으려면 무엇이 충족돼야 하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나보다 훨씬 똑똑한 선각자들에게서 답을 갈구했다. 지금껏 이에 대한 가장 근접한 답은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는 여기서부터가 범인(凡人)에겐 삶의 모순의 시작으로 본다.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 이것이 삶의 명제이자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어져 행복해지기 위해 처절히 노력한다. 그러나 실상은 이 행복론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좌절을 경험하고 급기야는 극단적 선택도 한다.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내 삶을 보니 너무나 초라하고, 가진것 없고, 미래가 불투명해 남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오랫동안,나 역시 남들이 더 환하게 웃고 성공하고 행복해 보이면 의기소침해져서 나의 현실을 돌아보며 세상을 조소(嘲笑)하기도 하고 못난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니 점점 더 나의 일상은 왜소해지고 어두워져 갔다. 어느날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삶이 힘들까 생각해보니, 행복론에 너무 집착한 나 자신이 인식됐다. 나는 과감히 뒤집었다. “인간은 행복하지 않다. 삶은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우며 불평등하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자 지금껏 나를 괴롭히던 과한 욕심들이 - 나보다 잘난 사람 백안시(白眼視),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부모 원망, 잘 풀리지 않는 애들에 대한 분노 등- 가라앉고 있는 그대로의 나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쁜 옷 못 입히고 자라게 한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열정과 근성을 주셨구나. 학교에서 말썽부리던 아들녀석이 어버이날 삐뚤한 글씨로 카네이션을 달아주었구나. 경쟁심에 눈멀어 거리를 두던 직원이 출근길에 생긋 웃네.” 아, 왜 지금껏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을까. 통곡할 심정이다.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다.

    강양희(KT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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