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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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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호스피스, 끝까지 나답게!’

  • 기사입력 : 2019-08-05 07: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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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인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원장)

    2017년 8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면서 호스피스 의료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호스피스에 대해 정확히 잘 이해하지 못한 채 호스피스 의료를 정말 생애 마지막에서야 택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호스피스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라는 질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죽음, 마지막을 준비하는 곳, 웰다잉(well dying) 등의 죽음과 관련된 대답을 많이들 한다.

    어느 날 진료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환자분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스피스가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진작 오는 건데, 나는 여기 오면 죽는 줄 알고 이제야 왔다. 진작 올걸. 더 일찍 못 온 것이 후회가 된다.”

    그렇다면 호스피스는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호스피스는 말기질환에 직면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 방법으로 통증 및 다른 신체적, 정신적, 영적 문제에 대한 조기 발견과 전인적인 평가, 그리고 치료를 위한 고통의 예방과 경감을 목적으로 한 의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완화의료의 특징으로 통증 및 기타 괴로움을 주는 증상의 경감, 삶을 긍정하되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간주해 죽음을 앞당기거나 연기하려 하지 않음, 환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가능한 한 활동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줌, 환자와 가족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직종의 팀이 되어 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병간호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 가족까지 케어해주는 호스피스 의료를 선뜻 택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죽음을 앞당긴다는 오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말기 암의 진단 이후로 환자의 가장 편안한 삶의 질을 제공해 주기 위한 의료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말기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생존기간은 완화의료를 선택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추가적인 항암치료, 중환자실 입원 등의 적극적인 연명 치료를 한 그룹 등을 비교해 보았을 때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됐다.

    두번째로 이 서비스는 말기 암 환자에게만 제공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입원형과 자문형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입원형으로는 말기 암, 그리고 자문형으로는 말기 암, AIDS, 만성폐쇄성 폐질환, 간경화의 네 가지 말기 질환의 환자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다. 자문형 호스피스는 일반 병동에서 담당 의료진에 의해 치료받고 있는 말기 환자에게 전인적인 완화적 돌봄을 자문형태로 제공한다.

    세 번째는 호스피스 케어를 받는 환자가 먹기를 중단하면, 그 환자는 굶어죽게 된다는 오해다. 세계 어느 곳이든 잘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환자가 입맛을 잃고 숟가락을 더 이상 들지 않으면 우리 엄마를 또는 아빠를 굶겨 죽일 셈이냐며 삼키지 않는 환자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곤 한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에서 시행된 보조 수액 공급의 연구에 따르면, 영양제 또는 수액을 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서 삶의 질, 웰빙, 생존시간과 불안, 호흡곤란, 통증, 오심, 섬망 등 신체증상의 완화에 대한 차이가 없음이 밝혀졌다. 오히려 과다한 수액 또는 영양제를 공급한 환자들에서 전신부종, 과도한 가래, 간성 혼수 등의 증상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번째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병원에서만 이뤄진다는 오해다. 현재 호스피스 팀에 의해 가정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가정 호스피스’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 본원에서도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데, 집을 떠나고 싶지 않고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섯 번째 오해, 호스피스는 통증 조절 외 모든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아니다! 말기 암 환자의 경우 80% 이상에서 통증을 경험하므로 적극적 통증조절은 환자가 의미 있게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완화의료다. 또한 호스피스에서는 통증 외의 다양한 증상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완화의료를 제공한다. 우울, 불안, 분노, 두려움 등에 압도된 환자에 대해 약물 치료와 함께 상담과 지지 등 전문적인 비약물적 치료도 호스피스에서 중요하다.

    이영인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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