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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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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목계지덕(木鷄之德)의 근엄한 위용- 강양희(KT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19-08-01 20: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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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스마(Charisma)는 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과 자질을 말한다. 내가 지금껏 본 최고의 카리스마는 장자의 목계지덕(木鷄之德)이다.

    기성자가 왕을 위하여 싸움닭을 키웠다. 그러한 지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닭이 이제 싸울 수 있겠는가?” 기성자가 아뢰었다. “아직 안 됩니다. 지금은 허세만 부리고 교만하며 제 힘만 믿습니다.” 열흘이 지나 다시 묻자 여쭈었다. “아직 안 됩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보면 당장 덤벼들 것처럼 합니다.” 열흘이 지나 재차 묻자 이렇게 고했다. “안 됩니다. 다른 닭을 보면 노려보면서 성난 듯이 합니다.”

    열흘이 지나 재삼 묻자 기성자가 이렇게 아뢰었다. “거의 되었습니다. 싸울 닭이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투계를 좋아하는 왕은 빨리 싸움을 시켜보고 싶어 조바심을 냈지만, 기성자는 닭이 ‘경지’에 오를 때까지 서두르지 않았다. 여타 싸움닭을 만나도 하나하나에 응수하지 않는 초연한 닭이 될 때까지, 즉 싸움닭으로서 ‘덕’이 갖추어질 때까지 훈련을 시킨 것이다.

    목계지덕(木鷄之德)의 의미는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힘과 능력, 매서운 눈초리를 보여주지 않아도 아무도 근접할수 없는 카리스마를 이르며, 마치 나무로 깎아서 만든 닭처럼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 같지만 능히 모든 상대를 제압할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의미이다.

    장자는 이 고사를 통해 ‘자만과 타성에 빠진 스스로를 경계하며,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절대강자이고, 무심이 최대의 무기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교만하고 자만하는 사람은 늘 남이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상대를 깔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상대에 대한 경계가 흐트러져 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이 경쟁사회에서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것들이 혹시 교만함, 조급함, 공격성 같은 것들이 아닐까. 이런 것으로는 작은 승리는 이룰 수 있지만 결코 승자는 되지 못한다.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자유인의 삶이 아닐까.

    강양희(KT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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