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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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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초고령화 시대 노인돌봄의 답을 찾다 (2) 요양병원·시설 한계점

‘노인은 돈벌이 수단’… 불법 ‘사무장 요양병원’ 등 난립
요양병원 입소 쉬워 불필요 입원 많아
비전문 간병인에 근무 인력도 부족

  • 기사입력 : 2019-07-31 2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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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돌볼 사람이 없어 불가피하게 노부모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보내야 할 경우에도 ‘현대판 고려장’이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법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일부 병원과 시설의 환자 인권침해나 비리는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돌봄 전문 병원과 시설이 본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장소로 거듭나고, 나아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을 가정과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숙제로 대두된다.

    도내 한 요양병원서 열린 찾아가는 음악회에서 노인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경남신문 DB/
    도내 한 요양병원서 열린 찾아가는 음악회에서 노인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경남신문 DB/

    핵가족 사회인 현 시대에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꼭 필요한 곳이다. 경남 도내 한 요양원에서 만난 이모(87·여)씨는 13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내가 집에 있었으면 자식들이 우짜겠노. 다리도 편찮고 몸도 더 안 좋아지는데….”라며 “요양원에서 워낙 잘 돌봐줘서 나도 만족하고 자식들도 다행이라 여긴다”고 했다.

    병원이나 복지시설에서 요양을 하는 노인 비율은 매우 높다. 노인들이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기간도 계속 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서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 12만2531명이 사망하기 전 10년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낸 기간은 평균 22개월(661일)에 달했다. 노인이 죽기 전 평균 2년가량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보낸다는 의미다.

    이는 2016년 593일 대비 약 2개월 증가한 수치다. 경남의 요양병원·요양원 이용인원은 1만206명이고 평균 입원일수는 664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요양병원은 9405명이 이용해 입원일수는 평균 493일이었고, 요양원은 2406명이 이용해 입원일수는 평균 893일이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남지역 노년의 삶’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요양원 등 노인요양시설에 7785명이 입소해 있고,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 339명이 지냈다. 재가노인지원이나 방문요양서비스 등을 받는 노인들은 6483명이었다.

    병원·시설에서 지내는 노인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제대로 된 치료와 돌봄을 받는지는 의문이다. 치료를 받아야 할 노인이 요양원에서 지내는가 하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병원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상황도 허다하다.

    김승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요양병원 입원 환자 10명 중 1명(전국 10.6%·경남 12.3%)이 치료가 불필요한 신체기능저하군이었다. 요양병원의 경우 치료 목적으로 누구든 입원할 수 있어 입소자격이 있는 요양원보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재정 낭비는 물론 환자·보호자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으로 입원환자 40명 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 등이 상주해야 한다. 입원대상은 치매 등 노인성질환자나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자 등이다.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의해 설치되는 요양시설로 상근 의사는 없어도 되나 간호사가 있어야 하고 의무적으로 환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 이상은 상주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기요양등급판정을 받은 환자 등이 입원 대상이다. 요양병원의 역할과 목적이 치료라면 요양원은 돌봄이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본인 부담 비용은 20% 정도 된다.

    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비양심적 의료인이나 의료인 자격이 안 되는 자가 의료인 명의를 주고받아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요양병원’ 등이 생겨나거나, 질 낮은 병원·시설도 난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적발된 사무장 요양병원만 전국 288곳으로 부당이득금 환수금액은 1조4688억여원에 달했다. 일부 보호자들이 본인 편의 만을 위해 부모를 입원시키기도 해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대표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간병시스템의 개편은 국가재정 문제나 개인시설 운영난으로 쉽지 않다.

    예컨대 요양병원은 간병이 제도화되지 않아 사적 간병인을 이용하면서 간병비 본인 부담이 크고 비전문성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요양원은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두고 있지만, 대다수 요양원이 교대근무를 운영하면서 현실적으론 인력배치에 괴리가 있다.

    한 요양보호사는 “법적으로 노인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설에선 인력교대 등으로 실제 요양보호사 1명당 노인 5명 이상을 돌보는 형편이다. 시설 규모가 작을수록 보호사 1명이 돌보는 노인 수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정부는 요양병원, 요양원 등의 부정수급이나 운영비리 척결을 내세우고 있고, 불필요한 입원방지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이나 시설이 본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장소로 거듭나고, 불필요한 입원을 줄여 노인을 가정과 지역사회로 돌려보낸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법적·제도적 정비와 경영자의 철학 정립이 필요하다.

    지역 요양병원 중에서는 선도적으로 환자의 ‘가정으로 조기복귀 실현’을 표방하고 있는 김덕진 희연병원 이사장(한국만성기의료협회장)은 “옛날 어르신들 말씀대로 ‘기어 들어가도 제 집이 최고’라듯 자신 집만큼 편안한 곳이 없다“며 “환자를 중심으로 시각을 돌려보면 반성해야할 분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접근하다보니 국가 정책을 5년~10년 앞서 병원에 커뮤니티케어 센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제 다른 민간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병원 입원 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법률을 입법예고했다. 사회적 입원을 억제하겠다는건데 의료기관 역시 자구책의 일환으로 참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국가가 법률이나 규정으로 정하는 것만으로 이용자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제공할 수 없는 점도 많기 때문에 환자 중심으로 시각을 돌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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