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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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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8) 제24화 마법의 돌 138

“언제부터 이렇게 아팠던 거요?”

  • 기사입력 : 2019-07-31 0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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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수는 양복 정장 차림이었다.

    “다행이군. 미국에서 수입은 문제가 없나?”

    “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어서 그렇지 많은 상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가장 많이 팔리나?”

    “미국 양주와 담배입니다. 여자들 옷도 잘 팔립니다.”

    이재영은 박민수와 함께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백화점은 손님이 많았다.

    류순영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이재영이 서울에 올라온 지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이재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서 나와 단양에 가자고 한 것인가?’

    이재영은 류순영이 자신의 병을 숨겨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여행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장사와 아이들조차 신경 쓰지 않고 둘이서만 다녔다.

    단양의 산에서는 둘이서 열흘을 함께 지냈다. 그 모든 것이 류순영의 계획 속에 있었던 기분이었다.

    이재영은 아들 이정식을 데리고 부랴부랴 대구로 향했다.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었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논밭이 누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픈 걸 몰랐냐?”

    이재영은 이정식과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지난여름에 채용한 운전기사 오영덕이 운전을 했다.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무심했구나.”

    류순영에게 미안했다. 대구로 가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길도 좋지 않아 덜컹댔다.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은 지난 5월에 콜레라가 창궐하여 미군정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재영은 통제를 피하여 대구로 들어갔다. 병원에 이른 것은 밤 8시가 되었을 때였다. 벌써 해가 짧아져 있었다.

    “일이 바쁠 텐데 뭘하러 내려왔어요?”

    이재영을 본 류순영이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물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아팠던 거요?”

    이재영이 류순영의 손을 잡고 물었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아요. 금방 죽을 거 아니니까.”

    류순영이 새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머니.”

    이정식이 류순영의 손을 잡았다.

    “너를 장가보내야 했는데….”

    미련이 남은 듯 말을 맺지 못했다.

    “그런 거 걱정하지 마세요.”

    병실에는 아들 성식과 딸 성희도 와 있었다. 이재영은 병실에서 나와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이름이 백인규였고 퇴근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류순영의 위에 종양이 생겼고,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고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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