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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한일청구권협정과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07-30 20: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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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 이후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무역 제재 이유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우리 대법원이 내린 판결 때문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그 결정적 계기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발화점이 된 것은 명약관화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라고 비판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판결은 폭거이며 국제법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조선일보 등 우리나라 보수 우파 언론들은 물론 보수 야당들까지 앞장서 일본 아베 정부의 폭거를 비판하고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문재인 정부와 우리 대법원 판결에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그러니 국민으로부터 토착 왜구라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지식인들이 나서서 우리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지지하고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일본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우쓰노미야 겐지, 니무라 마사토 전 도쿄고등재판소 판사, 히로세 다카시 작가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협 회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은 현재 국제인권법상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일본 최고재판소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실체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해석해 왔다”고 한다.

    예컨대 1991년 8월 27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나이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은 “이른바 일한청구권협정에 있어서 양국 간의 청구권 문제는 최종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해결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인 것입니다. (중략) 일한 양국이 국가로서 가지고 있는 외교적 보호권을 상호 간에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이른바 개인의 청구권이라는 것은 국내법적 의미로 소멸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7년 4월 27일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 니시마츠건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사건 판결에서 배상 관계 등에 대한 중국의 외교보호권은 포기됐지만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실체적으로 소멸되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청구권에 기반해 중국이 일본에 대해 소구하는 권능을 잃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서 니시마츠건설은 승소했지만 강제징용 피해자와 화해를 했다. 이러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해석은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개인의 실체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기에 신일철주금이 임의적 그리고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만일 한일 양국이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함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자 개인적 공권인 재판청구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에 그 협정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또 일본 국회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직후 한국의 과거사 피해자가 일본에서 소송으로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제144호’를 제정하였지만, 이 법률 또한 이상과 같은 이유로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른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행사에 한일청구권협정이나 일본 법률 제144호는 아무런 법적 장애가 될 수 없다.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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