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5일 (화)
전체메뉴

[진단] 초고령화 시대 노인돌봄의 답을 찾다 (1) 노인돌봄 실태

“살던 곳에서 여생 마치고 싶은데”… ‘현대판 고려장’에 눈물
핵가족화로 가족 부양기능 약화 추세
환자 48% 간병인 부재 등 ‘사회적입원’

  • 기사입력 : 2019-07-29 21:35:51
  •   
  • 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긴 걸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한다. 과거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면, 요즘은 부모를 요양시설에 보낸 것을 그렇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어느 가정이든 노인 돌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인들은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러나 핵가족 사회로 분화된 현실은 그들의 희망을 들어주지 못한다. 또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병원·시설 등에서 이뤄지는 의존적인 돌봄 환경만으론 이들의 노후 욕구를 책임져줄 수 없다. 정부는 노인이 살던 지역에서 방문 돌봄 등을 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커뮤니티 케어)를 구축하고자 나섰다.

    이번 기획취재는 총 5편에 걸쳐 지역 돌봄실태와 정책추진 상황을 살피고, 해외모델로 일본 등 사례를 참조해 노인 돌봄의 해답을 모색해 본다.

    메인이미지자료사진/픽사베이/

    “오늘은 걸어 들어가서 죽어서 나가는 곳, 요양병원·요양원 대신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의 구축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올해 3월 김진기(더불어민주당·김해3) 경남도의원이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도내 어르신들이 마지막 여생을 살아온 날들처럼 평범하게 일상을 살면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경남형 커뮤니티 케어 구축을 다시 한 번…”이라 말을 이어가다 발언이 종료됐다.

    이 발언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정책 의제에 따라 경남도의회 차원의 커뮤니티케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 기간 개인적으론 치매를 앓고 계시던 부친을 요양병원에 모시게 됐다”고 했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경남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사회복지연구회’는 지난해 8월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상남도 커뮤니티케어 추진방안 토론회’를 열었지만, 김 의원은 이날 갑작스런 부친의 작고 소식에 토론회에 끝까지 참석할 수 없었다. 김 의원은 “선친은 요양병원에 멀쩡히 걸어 들어가서 죽어 돌아오셨다. 치매로 배회하던 증상이 있었는데, 병원에선 약을 써서 수면을 유도하고 안정을 시켜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하루하루 기력만 나빠져 약 복용을 중단하고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가 쇼크사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아버지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커뮤니티 케어를 꼭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경우는 노부모가 있는 숱한 가정의 사례 중 하나이다.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 돌봄은 당면한 문제로 대두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2025년, 경남은 이보다 이른 2024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도내 전체 인구는 올해 1월 말 기준 337만3214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2만4963명(15.56%)으로 집계돼 전국 평균 비율(14.82%)을 뛰어넘었다.

    가족의 부양기능은 고령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복지시설 요양에 의존하는 노인들 비율이 절대적이지만, 이러한 환경만으로 노인 개개인이 원하는 노후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선 의료급여 장기입원자 중 약 48%가 의료적 필요가 아닌 간병인 부재·주거 열악 등 이유로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시설이나 병원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입소자 73만여명 중 약 6만명(약 8.3%)이 입원이나 입소의 필요성이 낮은 사람으로 보고 있다. 또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 절반 이상(57.6%)이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했다.

    노인이 본래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커뮤니티케어) 정책을 발표했다.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가게 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노인이 불필요하게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60대 중반의 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더는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아 요양병원으로 모셨다면, 커뮤니티케어가 구축되면 지자체의 의료급여관리사 등이 환자의 퇴원 후 필요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 지원해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는 재활 기능회복 훈련 등을 받고, 집에서 재가 의료급여를 통해 방문의료와 간병, 돌봄, 영양, 이동지원 등 통합서비스를 받아 자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구축을 위해 8개 지자체를 선정해 올해 6월부터 선도사업에 들어갔고, 오는 2026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에선 김해시가 선도사업을 추진 중이며, 경남도와 시·군에선 도 차원의 공모를 통해 창원시 동읍, 의령군 부림면, 고성군 회화면에서 읍·면 단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남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선도사업 공모나 참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군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남형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발굴해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재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