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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치와 스포츠의 질긴 인연과 악연-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7-23 20: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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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프로축구 경남FC의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 지원 선거유세를 벌이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가 황 대표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황 대표가 유세를 벌인 창원축구센터가 공직선거법상 연설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 이 사건을 각하 처분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시설에서 연설이나 대담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원·문화원·운동장·체육관·광장 또는 다수가 왕래하는 장소는 예외로 하고 있다. 검찰은 황 대표가 유세한 창원축구센터가 다수가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황 대표는 이 건으로 면죄부를 받았지만 검찰의 각하 처분에 따라 앞으로 경기장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돼 선거 때마다 선거유세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장 내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등 후속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었던 선동렬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 팀 선발 과정에서 일부 병역미필자 선수를 배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했다. 스포츠인인 선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까지 세울 만한 일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스포츠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로 이어져 왔다. 국가지도자들이나 정치인들은 스포츠를 통해 풀리지 않는 국가 간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국민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하였다는 이유로 대중국 금수조치 등 경제봉쇄정책을 취하면서 사이가 나빠졌다. 이후 대화채널이 필요해지자 중국에서 인기 있는 탁구를 이용, 1971년 미국 탁구선수단이 중국을 방문하는 이른바 ‘핑퐁외교’로 관계를 개선했다.

    프로야구와 축구리그가 1980년대 출범한 것은 국민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당시 정권에서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스포츠로 돌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올림픽 등 세계 대회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 엘리트 선수를 집중 육성한 것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면이 있었다. 일부 국가는 스포츠 강국 명분 아래 일부 선수들에게 약물까지 투여하며 성적을 내는 몰염치한 행위도 일삼았다.

    백과사전에 스포츠는 몸을 움직여 최고의 감정을 느끼는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운동 경기의 총칭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종목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보면서 경쟁과 유희성이 있는 스포츠에 열광한다. 그런 면에서 스포츠는 정치인들이 놔줄 수 없는 먹잇감인 셈이다. 그럼에도 스포츠단체나 스포츠인들은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 스포츠 그 자체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정치와 스포츠가 분리돼야 한다는 가치의 주장에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미 ‘스포츠가 없는 정치, 정치가 없는 스포츠’인 세상이 됐다. 질기디 질긴 인연과 악연의 반복은 한쪽의 단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시대가 왔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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