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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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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86) 기실차생(幾失此生) - 거의 이 한평생을 잃을 뻔했다. 한평생을 헛되게 산다.

  • 기사입력 : 2019-07-23 07: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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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역사에서 조선 중기에는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대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과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선생은 “1501년에 경상도에서 두 분 선생이 태어난 것은 하늘의 뜻이다”라고 했다. 두 분의 학문과 인격도 대단하지만, 두 분이 많은 제자를 길렀고, 그 제자들이 또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크게 학문 있는 나라가 되었다.

    퇴계 남명과 동시대에 일재(一齋) 이항(李恒)이란 분이 있었다. 용기와 힘이 뛰어나 활을 쏘고 말을 타기를 잘하는 무인이었다. 무술 실력이 그 당시에 으뜸이었다.

    그런데 나이 30세가 된 뒤에, 기절을 꺾고 처음으로 ‘대학(大學)’을 읽었다. 그 때 주자(朱子)의 ‘주자십훈(朱子十訓)’, ‘백록동서원규(白鹿洞書院規)’를 보고는, “거의 이 한평생을 잃을 뻔했다.[幾失此生]”라고 하고는 더욱 분발해서 사람이 살아갈 올바른 도리를 구했다.

    그때부터 단단히 결심하여 꿇어앉아 글을 외우고 생각하고 체득하는 등 정성을 다해서 공부해서 큰 학자가 되었다.

    이 세상에는 성현들의 훌륭한 말씀과 생각이 담긴 좋은 책이 많이 있다. 그러나 자기가 읽고 생활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책이 아니라 종이 쓰레기에 불과하다.

    흔히 공자(孔子)를 두고 “봉건주의자다.” “지배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등등의 비판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공자의 대표적인 언행록인 ‘논어’ 한 구절도 안 읽어 본 사람이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퇴계선생이나 남명선생 등 우리 선현들을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그들 역시 ‘퇴계집’이나 ‘남명집’에 실린 글 가운데 한 편도 안 읽어 본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학교수들은, 세상 사람들이 실제 이상으로 좋게 보고 대우하는 편이다. 대학교수들 자신도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교수들이 많은데, 자기가 아는 것만큼만 이야기해야지, 대학교수라고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최근 어떤 교수가 “송시열(宋時烈)은 민족반역자다”라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우암(尤庵) 송시열 선생의 200권이나 되는 문집 가운데서 몇 줄이나 읽어보고 그런 말을 할까?

    좋은 책이 있어도 읽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분이 있어도 그분이 가진 좋은 말씀이나 생각을 듣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에서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좋은 분의 말씀을 듣지 않고, 별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보낸다면, ‘자신의 한평생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幾 : 거의 기. * 失 : 잃을 실.

    * 此 : 이 차. * 生 : 날 생.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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