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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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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2) 제24화 마법의 돌 132

‘기구한 인생이네’

  • 기사입력 : 2019-07-23 07: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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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생사탕을 드실래요?”

    “싫어. 그런 걸 어떻게 먹어?”

    이재영은 추어탕도 잘 먹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 뱀도 먹고 개구리도 먹었어요. 구워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미월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뱀이며 개구리를 잡아먹었다.

    미월은 요정에서 심부름이며 허드렛일을 하다가 열세 살에 기생이 되었다. 얼굴이 점점 꽃처럼 피어났다. 소리도 몇 가락 배우고 춤사위도 익혔다.

    열다섯 살에 일본인이 그녀를 품었다.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는 늙은 부자의 첩이 되었다. 그러나 부자가 죽자 본가에서 그녀를 내쫓았다. 스물한 살이었다. 스물세 살이 되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가난한 시인이라고 했다.

    시인은 그녀를 미월이라고 불렀다. 미월의 원래 이름은 덕순이었다.

    ‘어쩐지 이름이 특이하다고 했더니….’

    미월(美月)은 아름다운 달이다.

    오늘밤 가난한 시인을 위해 달이 떴네.

    언제까지나 바라보아도 싫지 않은 미월

    미월아, 나는 너를 사랑하여 달그림자가 되련다.

    네가 빛나면 나의 존재는 희미해지겠지.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오늘밤도 웃음을 팔고 사랑도 판다.

    시인은 그녀를 위해 시도 지었다. 그러나 그와 결혼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기생이었고 부자의 첩 노릇도 했다. 시인은 만주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만주에서 죽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기구한 인생이네.’

    미월의 인생이 부평초 같았다.

    이재영은 며칠이 지나자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는 불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여름인데 보신 좀 해요.”

    류순영이 백숙을 삶아주었다. 모처럼 내려온 남편이다. 이재영을 위해 떡도 하고 반찬도 정성들여 만들었다. 이재영이 좋아하는 더덕도 구해다가 고추장에 묻혀 내놓기도 했다. 더덕의 향기가 향긋했다.

    “대구는 쌀값이 오르지 않소?”

    “대구라고 오르지 않겠어요? 일본에서 쌀을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오르죠? 쌀값 때문에 거리가 뒤숭숭해요.”

    “그거 참… 그런데 당신 어디 아픈 거야?”

    이재영이 류순영을 살피면서 물었다. 류순영의 얼굴이 어쩐지 해쓱해 보였다.

    “아프기는… 멀쩡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

    이재영이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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