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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기해재란(己亥材亂), 소재·부품산업 키우자- 이정환(재료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9-07-21 2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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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일본 정부의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주요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일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 긴급 경제인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소재·부품 국산화를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각 기관은 이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해결책 내놓기에 여념이 없는 눈치다. 정치계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소재·부품 산업을 진작 키우지 못한 소홀함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먹혀드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재까지 전부 국산화하는 건 현재의 글로벌 분업 시대에 알맞지 않다. 오히려 자국 제품이라는 이유로 품질이 떨어지는 소재와 부품을 사용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 육성 비전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교육과 과학기술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장기 비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문화되곤 했기 때문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역할과 책임 정립에 전략적 소재 부품의 국산화도 함께 첨부해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산업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무역 규제의 맞대응을 할 경우, 결국 양국 모두 피해를 입고 이익은 다른 강대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면 결코 안 된다. 2차, 3차 규제 공격에 대비해 각 산업별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점검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조금씩 키워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경제성을 따지기 이전에 독과점 품목 선정 등 선제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에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특히 원천기술과 국산화 추진이 필요한 부분을 나누어 별도의 맞춤형 전략으로 육성 및 개발해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많은 누리꾼들은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을 ‘기해왜란(己亥倭亂)’이라고 한다. 아마도 1592년의 임진왜란과 1597년에 발생한 정유재란에 이은 왜침의 3차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필자는 이를 소재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어지럽히는 ‘기해재란(己亥材亂)’으로 부르고 싶다. 그만큼 일본의 이번 경제 보복이 우리 소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도광양회(稻光養晦)’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덩샤오핑 시기의 중국 외교방침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엔 말 그대로 일본의 경제 보복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침착한 태도로 이를 냉정히 지적하고 미래를 위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물론 돈과 인력의 투자, 그리고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인내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렇게 시간을 단순히 흘려보낼 수는 없다. 냉철한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고 미래를 향한 장기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의 준비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대응하는 좋은 기회를 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정환(재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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