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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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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인 등단제도- 김승(시인)

  • 기사입력 : 2019-07-17 20: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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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에서 유일하게 등단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시인, 수필가, 소설가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등단이라 하면 대부분은 신춘문예를 생각할 것이다. 중앙지에 단 한 명의 시인을 뽑는데 수천 명의 예비 시인들이 작품을 투고하고 있고 지방신문에도 300~500명의 예비 시인들이 원고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봤자 일 년에 당선자의 숫자는 크게 잡아도 100명 안쪽일 것이다.

    그다음 등단 방법이 문예지를 통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등록된 문예지는 약 2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약 10%인 20여 종만이 제대로 된 문예지로 보이며, 나머지 90%는 등단이라는 명목으로 책을 강매하거나, 협회 가입비를 내어야 등단을 시키는 일명 ‘등단 장사’를 하는 문예지이다. 어떤 문예지는 한 해에 백 명이 넘는 시인을 배출하는 문예지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것도 등단제도가 만든 폐해이긴 하지만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담아 내고 있는 이상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마이너리그도 필요한 세상이니까.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첫째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걸 담아줄 그릇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수십만 명의 예비 문인들이 있고, 등단을 했다는 시인만도 4만 명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러나 자기 글을 문예지에 단 한 번이라도 실을 수 있는 사람은 일천 명도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문예지에 글을 싣는 사람은 1%인 400명 내외라고 알고 있다. 두 번째로 신문사에서 하는 신춘문예의 부작용의 결과라 생각한다. 신춘문예는 난해시 전용 등용문이 되었다. 아무도 이해할 수도 없는 난해한 시를 당선작으로 뽑는 신문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가 올해 과학 잡지를 표절한 S일보의 신춘문예 당선 취소라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필자는 아직 등단을 하든 안 하든 자기가 원하면 자신을 시인, 수필가, 소설가로 당당히 부를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면서 지금도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글을 쓰는 모든 문학도들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라 대한민국의 청년 문학도들이여.

    김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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