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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28) 제24화 마법의 돌 128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같으냐?”

  • 기사입력 : 2019-07-17 08: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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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아들 이정식을 천천히 살폈다. 아들도 이제는 의젓한 청년이 되었다. 문득 류순영이 아들을 결혼시키자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벌써 이 녀석이 결혼을 할 때가 되었구나. 이재영은 세월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류순영은 여기저기서 이정식에게 중매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대구의 부잣집 아들이다. 중매쟁이들이 그냥 둘 것 같지 않았다.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할래? 학교에 복학할래?”

    이정식에게 물었다. 학도병에서 돌아온 뒤에 이정식은 하는 일 없이 빈둥대고 있었다. 무엇을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국이 어지러워 앞날이 불투명했다.

    “학교에 들어가겠습니다.”

    이정식이 선뜻 대답했다.

    “사업을 배울 생각은 없고?”

    “공부 좀 더 하겠습니다.”

    “그래라.”

    이재영은 정식에게 용돈 봉투를 건네주었다. 이정식이 찾아온 것은 용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니던 대학이니 마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구에 자주 내려가거라.”

    대구에는 류순영이 애들을 데리고 집을 지키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사업이 커져 이재영은 서울에서 더 많이 있게 되었다.

    “예.”

    “정치하는 사람들 하고는 어울리지 마라.”

    “왜요? 이제 곧 나라가 세워질 텐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합니까?”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이북은 어떤 거 같냐?”

    “이북은 공산당이 장악한 것 같습니다. 벌써 인민위원회를 설치하여 토지개혁을 한답니다.”

    “토지개혁?”

    “예. 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농민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같으냐?”

    “모르지요. 일본인들의 땅은 농민들에게 나누어주지 않겠습니까?”

    이재영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재영과 류순영도 대구 일대에 많은 땅을 갖고 있었다. 백화점 때문에 절반이 넘게 땅을 팔았지만 아직은 추수 때에 200~300석은 족히 할 수 있었다. 돈이 벌리면 땅을 사거나 가게를 늘려왔다. 백화점 같은 큰 사업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가보겠습니다.”

    이정식이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이재영은 천천히 커피를 마시다가 미월이 떠올랐다. 그녀가 요정을 사자고 조르고 있었다. 이재영은 은행장 박불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 사장님께서 손수 전화를 주시고… 무슨 일입니까?”

    박불출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혹시 점심 때 시간이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없어도 시간을 내야지요.”

    박불출은 기분 좋게 전화를 받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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