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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26) 제24화 마법의 돌 126

‘첩이 되겠다고?’

  • 기사입력 : 2019-07-15 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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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월과의 사랑이 끝났다. 미월이 이재영의 가슴에 엎드려 가쁜 숨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팔자가 기구해요. 기생 노릇을 하면서 좋은 남자도 못 만나고….”

    미월은 이재영의 가슴에 엎드려 주절주절 이야기를 했다. 때때로 그에게 입을 맞추고 애무를 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 기생 언니가 죽었어요. 젊었을 때는 인기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자 선술집 작부노릇까지 했어요. 나중에는 그 짓도 못하고… 굶주리는 신세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니다가 행려병자가 되어 죽은 거죠. 남자도 없고 자식도 없고…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기생 신세죠. 문득 돈을 벌거나 좋은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첩이라도 상관이 없는데… 첩으로 들이겠다는 남자가 없어요.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첩이 되어 달라는 남자가 많았는데….”

    미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월이 요정을 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내가 잘 할게요. 네?”

    미월은 요정을 사라고 계속 졸랐다.

    “나는 사장님 여자가 되고 싶어요. 늙어서 행려병자가 되어 죽고 싶지 않아요.”

    미월의 말이 절절했다.

    “마담이 되어서 요정을 경영하여 돈도 벌어주고 예쁜 기생도 사장님께 먼저 바칠게요. 나를 첩으로 삼아줘요.”

    미월은 이재영의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이재영이 먼저 잠이 들었다. 비는 이튿날도 쉬지 않고 내렸다. 이재영은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백화점으로 출근했다. 요정을 사라는 미월의 말이 자꾸 귓전에 맴돌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이재영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첩이 되겠다고?’

    스스로 첩이 되겠다고 하니 간지러웠다. 게다가 예쁜 기생을 이재영에게 상납한다고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 만리장성은 잘 쌓았나? 무너지지 않게 튼튼히 쌓았어?”

    변영태가 출근하여 너털거리고 웃으면서 물었다. 이재영은 소파에 앉아 그와 마주보았다. 여비서가 커피를 내왔다.

    “성을 쌓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재영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에게 안기던 미월의 알몸이 떠올랐다. 그녀는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고 할 것 같은 태도였다. 기생 언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기생의 말년도 쓸쓸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좋았어?”

    “형님도 참. 형님은 어땠습니까?”

    “기생들이 다 그렇지. 젊어서 좋더구먼.”

    변영태가 껄껄대고 웃었다.

    “형님.”

    “왜?”

    “우리 요정 하나 사지 않으시겠습니까? 형님하고 나하고….”

    이재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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