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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23) 제24화 마법의 돌 123

“이리 와서 한 잔 받아”

  • 기사입력 : 2019-07-10 07: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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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영태가 호기를 부렸다. 춘심과 금련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미월은 눈웃음을 친 뒤에 춘향가 중 한 자락을 뽑았다.

    귀신형용 가련하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 찬 비에 생각나는 것은 님 뿐이라

    보고 지고 보고 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 지고

    춘향이 옥에 갇혀서 이몽룡을 그리워하는 대목이다. 무덤 근처 서 있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라. 하는 대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뿌렸다. 비장하고 가슴 먹먹한 소리였다. 쑥대머리는 풀어헤친 머리를 일컫는다. 전설적인 판소리 명창 임방울이 불러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행한 소리였다.

    임방울은 이름만 들으면 여자 같지만 전라도 광산 출신의 남자 소리꾼이었다.

    “잘했군. 잘했어. 과연 명창이야.”

    변영태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이재영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리 와서 한 잔 받아.”

    이재영은 미월이 소리를 마치자 오른쪽에 앉게 하고 술을 따랐다. 왼쪽에는 춘심이 앉았다. 미월은 흥이 오르면 밀양아리랑도 잘 불렀다. 그녀가 밀양아리랑을 부르면 손님들이 모두 일어나서 어깨춤을 추었다.

    “감사합니다. 이 술을 마시면 오늘밤 만리장성을 쌓는 거예요?”

    미월이 술잔을 들고 물었다. 농담처럼 말을 하고 있지만 진심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여자의 속내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만리장성을 쌓지.”

    이재영이 유쾌하게 웃었다. 이재영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할 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술자리는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야 끝이 났다. 변영태는 금련이라는 기생과 함께 근처의 여관으로 갔고 이재영은 미월과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미월이 집이 가까이 있다고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비는 쉬지 않고 쏟아졌다.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재용이 검은색의 박쥐우산을 들고 미월이 그의 팔에 매달렸다.

    “좋다.”

    미월이 이재영을 쳐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비 때문에 걷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가 오는 것이 뭐가 좋아?”

    “누가 비 때문에 그러나? 나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걷는 게 처음이거든요. 너무 좋아요. 연애하는 것 같아요.”

    미월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교태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우리 연애하러 가는 거 아니야?”

    “피! 그런 거 말고요. 진짜 연애하고 싶어요.”

    미월이 입술을 내밀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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