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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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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행복의 토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이승석(범숙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9-07-07 20: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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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모두가 하나가 되어 희망을 노래했다.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기보다는 모든 선수와 임원진이 한 팀이 되어 단합된 모습으로 일구어낸 성과라 국민들은 기쁨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좋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면에는 우울한 소식이 있다. 우리나라가 OECD기준 자살률 1위라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경쟁중심의 교육, 가정공동체의 붕괴, 빈부격차 심화, 가치관 대립 등으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자살률 1위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우울증은 그 악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5년 대비 2018년에 약 40%가 증가했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우울증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은 과연 없을까?

    청소년 우울증은 학업, 진학, 대인관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성인에 비해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14차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 인지율이 40.4%로 구체적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학생도 3.9%나 된다. 성인 우울증의 경우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나 기분 저하로 나타나지만, 청소년의 경우는 짜증이 많아지고 무기력한 행동이 많아지는 등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쉽게 알아채지 못하고 소위 중2병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이때 청소년은 분노나 감정 조절이 안되고 반항하는 행동을 보이며, 또래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잘 표현하지 않기도 한다. 부모는 우울증이 진행되는 초기에 알아채지 못하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야 이를 알아챈다. 이때 이미 청소년은 우울증이 많이 진행되어,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거나 심한 경우 자해,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 원인 1위가 우울증이라는 점은 청소년 우울증의 심각성을 잘 나타내 준다.

    그럼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는 긍정적인 삶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야 하고 전문가에게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에피쿠로스는 “행복=성취/욕망” 방정식을 제시하고 성취를 높이는 대신 욕망을 줄임으로써 손쉽게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자본주의의 원동력은 욕망의 확대 재생산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물질적으로 잘 살고, 경쟁을 통해 좋은 직장과 명예를 얻어야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최근 행복관련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물질(소득, 명예 등 외적인 것)적 차이로 인한 행복도의 차이는 11% 남짓 밖에 안 된다는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행복의 척도를 자본주의의 욕망과 물질에 과도한 가치를 두고 그것에서 행복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좌절에 동반되는 선진국형 자본주의 질병이다. 그것은 욕망과 성취의 부조화에서 생기는 정신적 공허이자 극심한 경쟁구도가 초래한 정신적 좌절이다. 돈 많이 벌어야 하는 사회,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사회, 왜곡된 가치와 이념으로 분열된 사회, 이것이 지금의 우울증이 자라는 토양일 것이다.

    이런 토양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는 스스로 욕망과 성취를 조화시킬 수 있는 사회, 돈과 경쟁 외에도 행복으로 가는 길이 많이 있는 사회, 대화와 소통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교육도 당연히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사회가 될 때 청소년 우울증은 점차 감소될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소확행’의 모습이 행복 사회의 작은 근간이 될 것이다. 우울의 토양이 아닌 행복의 토양을 만들어 우리 청소년들이 자라는 근원의 뿌리가 튼튼해지기를 희망한다. 행복의 토양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벌써 행복의 토양이 다져진다.

    이승석(범숙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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