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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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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공공 비정규직 파업, 왜?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간접고용”
정부 실적 위주 전환에 분노 표출
전환 노동자 임금 개편도 지지부진

  • 기사입력 : 2019-07-04 21: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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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약속이 일자리 질보다 실적달성 위주로 추진되면서 임금과 신분차별이 여전한 데 대해 노동자들의 분노가 표출됐기 때문이다.

    ◆신분차별 불만= 공공부문 노동자 중에는 다양한 이름과 신분으로 비정규직의 범주에 들어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교육기관부터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에서 일을 하지만 반쪽짜리 정규직이라는 의미로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리고 있다.

    무기계약직이나 다름없는 신분으로 파견·용역 등 각양각색으로 소속되어 있다.

    4일 열린 시위에는 경남 각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파견업체 소속으로 요금수납 일을 하던 노동자들이나 경남에너지 자회사에서 일하는 고객센터 노동자 등이 나섰다.

    또 단기로 일을 해 지자체에서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떨어진 이들,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청소·생활폐기물처리 등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경남에선 지난 1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일을 하던 노동자 167명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다 계약종료로 사실상 해고됐다. 이들이 해고를 불사하고도 자회사로 가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는 처우와 고용불안 우려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다른 간접고용이라는 것이다. 경남에너지 자회사서 일하는 고객센터 노동자들도 이러한 이유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공기업 등은 파견·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시 직접 고용 혹은 자회사 설립에 따른 간접 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직 규모·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실상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선호하게 되는 현실이다.

    정부는 또 민간위탁의 경우 일률적 정규직화 기준을 설정하기보다 위탁기관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역시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 정부 목표부터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상시 지속 업무 수행자만 포함하는 등 대상자를 가려내 절반 이상이 전환에서 제외됐다. 경남에서 지난해말 기준 공공부문 기간제·파견용역 노동자들 중 대표적으로 경남도와 18개 시·군에서 7284명 중 1926명(26.4%)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경남도교육청은 7023명 중 2471명(35.1%), 지방공기업은 10곳에서 865명 중 272명(31.4%)이 전환결정이 났다.

    ◆정부 “예산 필요…단계적 해결”=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4일 “정부를 믿고 노사가 대화로 접점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많이 전환해 왔고, 임금 등 처우도 상당히 개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조는 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지만 예산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재정 여건과 기관의 경영 상태를 고려하면서 처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9일에는 우정노조 파업도 예고돼 있다. 우편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파업까지 가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정부는 집배원들이 더 이상 과로로 쓰러지지 않토록 근무 여건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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