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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19) 제24화 마법의 돌 119

“호호호 질투하는 거예요?”

  • 기사입력 : 2019-07-04 08: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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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과 소설가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가난의 냄새가 풀풀 나지만 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저녁 무렵이었다. 여름 해가 설핏이 기울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밥을 사준다며?”

    나츠코는 손님들에게 돈도 빌려주고 밥도 사준다고 했다. 카페에서 가까운 시장에서 사준다고 했다. 더러 손님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호호호. 질투하는 거예요?”

    “어떤 집이야?”

    “시장에 순댓국집이 있는데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아주 잘해요.”

    “먹어 봤어?”

    “그럼요. 아주 맛있어요.”

    “같이 갈까?”

    “저녁식사 안 했어요?”

    “나츠코와 하려고 안 먹었어. 요릿집에 데려갈까 했는데 순댓국집 어때?”

    “낭군님이 좋아하는데 당연히 가야죠. 옷 갈아입고 나올게 조금만 기다려요.”

    나츠코가 요염하게 웃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재영은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저녁 시간이라그런지 카페가 한적했다. 나츠코가 검은색 주름치마와 블라우스를 입고 나왔다.

    이재영은 나츠코와 함께 순댓국집에 가서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저녁으로 먹었다.

    식당은 허름했으나 50대의 여자가 음식을 얼큰하게 잘했다. 값도 싸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재영은 막걸리도 몇 잔 마시고 그녀와 시내를 걸었다. 곳곳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펄럭이고 미군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는 초저녁이었다.

    “혹시 흑인 봤어요?”

    나츠코가 이재영의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 미군이 들어오면서 여자들이 더욱 개방적이 되고 있었다. 미군을 상대로 한 술집이 많아지고 남녀가 부둥켜안고 춤을 추기도 했다. 미군이 들어온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서울에 댄스 바람이 불었다.

    “길에서 봤어.”

    미군을 길에서 만나는 일도 흔하게 되었다.

    “흑인이 뭐라고 말을 건네는데 무서워서 도망을 쳤어요. 달러를 들고 흔들면서 뭐라고 쏼라쏼라하는데 마치 같이 자자고 하는 것 같았어요.”

    나츠코가 고개를 흔들었다. 동양 사람들이 미군의 나이를 잘 모르듯이 미군도 동양 사람들의 나이를 잘 몰랐다. 미군이 달러를 흔들어대자 어떤 할머니가 받았는데 다짜고짜 바지를 내리고 달려들었다는 이야기도 파다하게 나돌았다.

    “미군은 에미 애비도 없나?”

    사람들이 모두 혀를 찼다.

    “미군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더군.”

    “미군에게 강간당한 여자도 있대요.”

    나츠코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카페는 어때? 적자는 아니야?”

    이재영은 화제를 바꾸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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