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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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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학교비정규직 파업 왜?

정규직 80% 수준 임금 요구… 교육당국 재정탓 ‘난색’
노조, 기본급 6.24% 이상 인상 등 요구
교육부, 기본급 인상 1.8% 고수 ‘갈등’

  • 기사입력 : 2019-07-03 21: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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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식과 돌봄을 비롯한 40여 개 직종에 근무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파업에 나섰다. 경남에서는 2년 만의 파업이다. 기본적으로 2019년도 임금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규모도 커져 개별 교육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학교비정규직 얼마나= 지난 2015년 시행된 ‘경상남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채용 등에 관한 조례’에서는 도교육청,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및 소속기관, 단설유치원, 각급 기관(학교)에서 교육활동, 교육행정 지원업무 등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근로자를 ‘교육공무직원’이라고 정의한다. 무기계약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단시간 근로자가 포함된다.

    도내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창원시 성산구 남양초등학교의 급식실이 불 꺼진 상태로 썰렁하다./전강용 기자/
    도내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창원시 성산구 남양초등학교의 급식실이 불 꺼진 상태로 썰렁하다./전강용 기자/

    교육공무직원은 다시 △학교회계직종(39개) △교원대체직종(13개) △자원봉사직종(5개) 등으로 구분한다. 학교회계직은 말 그대로 학교회계에서 임금을 받는 직종이다. 교원대체직종은 영어나 스포츠 전문 강사가 주를 이룬다. 인원은 사립을 포함해 1311명이다.

    학교회계직은 교무행정, 과학실험, 전산실무, 전담사서, 사감, 통학차량운전원, 상담사 등 39개 직종에 이른다. 특히, 이번 파업에서 학교급식이 가장 영향을 받은 것은 급식종사자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도내 학교회계직(사립 포함) 중 영양사가 407명, 조리사가 631명, 조리실무사가 3759명으로 급식종사자만 4797명에 달한다. 이번 파업에도 돌봄교실은 모두 정상운영됐지만, 돌봄전담사 수는 875명에 달한다.

    다만, 전체 교육공무직원 중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전국여성노조 경남지부/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에 소속된 조합원은 40여 직종에 8000여명이고, 3일 첫 날 파업에 참여한 도내 인원은 18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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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섭 쟁점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이다.

    학교비정규직연대는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인 임금을 촉구하고 있다. 1년차에는 임금격차가 크지 않지만 해가 갈 수록 격차가 커지면서 20년차가 넘을 경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정규직 공무원의 60%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여금에 공무원 명절휴가비는 기본급 60%씩 2회 지급돼 오르는 구조지만, 학교비정규직은 연 50만원씩 2회로 금액이 고정돼 있다.

    노조 측 요구안은 △전 직종 기본급 6.24% 이상 인상 △정규직 대비 근속급 차별 해소(근속수당 인상, 근속수당 가산금 신설) △복리후생적 처우 차별 해소(명절휴가비, 정기상여금, 맞춤형 복지비 차별 해소) 등이다.

    반면 교육부는 기본급 1.8% 인상을 고수했고, 파업 전날인 2일에도 교섭이 진행됐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은 노조가 파업을 실행에 옮겼다.

    학교비정규직이 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신분 법제화다. 이들은 ‘교육공무직원’이라는 신분을 법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남과 마찬가지로 현재 학교비정규직 신분에 대한 근거는 시도교육청의 조례로 정하고 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8%는 교섭 없이도 적용되는 내용이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며 “교육부는 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시도교육청은 뒷짐만 지면서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몰았다”고 항변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3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에는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 외에도 다양한 구성원이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고 하는 일과 역할은 달라도 모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활동을 한다”며 파업을 지지했다.

    ◆해법 난항= 비정규직노동자의 절반이 학교에 근무하는 상황이다. 교육서비스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비정규직으로 충원한 관행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직종도 늘어나고 인원도 증가했다. 당장 1년전과 비교해봐도 도내 교육공무직원은 2018년 9520명에서 2019년 1만1156명으로 1636명이 늘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요구는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인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수가 없다. 특히, 신분해소는 법 개정 사항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고, 6% 이상 인상 요구도 교육청에서 해결하기에는 금액도 크다.

    ◆파업 전망= 3일 상경투쟁에 나섰던 경남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일에는 오후 2시에 경남교육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파업 2일째를 이어간다. 학비노조는 창원시청 광장까지 행진한 후 다시 교육청으로 돌아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주최하는 ‘공공 비정규노동자 총파업·비정규직 철폐 경남노동자대회’에 합류한다. 경남노동자대회에는 일반노조, 화학섬유노조, 금속노조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다만 파업으로 인한 급식중단(변경) 학교는 3일 288개 학교에서 4일에는 141개 학교로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학비노조는 파업 3일째인 5일에는 오전 11시 경남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 경과 보고, 총파업 이후 방향 등에 대해 밝힐 계획이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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