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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미중무역전쟁 1년, 우리의 손익계산서는…- 안태홍(경남은행 상무)

  • 기사입력 : 2019-07-03 20: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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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강한 자끼리 싸우는 틈에 아무 상관없는 약한 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본다는 의미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속담의 양상이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무역전쟁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손익계산서를 작성해보고 전쟁의 양상에서 어떤 대처를 하는 것이 옳을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특히 제조업이 지역 산업의 근간이 되어 양국의 제재 품목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경남의 입장에서도 작은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고래 싸움의 시작은 지난 2018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818개 품목 340억달러에 대해 25%p의 추가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무역전쟁은 시작되었다. 중국도 같은 날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545개 품목 340억달러에 대해 25%p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였다. 올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친 추가 관세로 양국이 서로에게 던진 관세 폭탄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총액의 48.2%였고,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총액의 61.6%에 해당한다.

    지난 1년, 치열하게 벌어진 미중무역전쟁의 가운데에서 중국과 미국에 각각 연간 수출량의 27%와 12%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는 양쪽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새우의 운명으로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싱가포르 DBS은행은 미중이 상대방의 모든 제품에 15~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4%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중간의 교역감소폭이 커질 경우 한국의 수출물량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대미 수출 부문을 보면 미중간의 교역량 감소에 따른 중간재 수요 감소 등에 불구하고 당초 중국으로부터 미국이 수입하던 물량의 일부를 한국이 받음으로 인해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대중국 수출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수출품이 완성품이 아닌 중간재 비중이 높음에 따라 완성품의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중간재 수입을 대폭 줄이게 돼 우리의 대중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도 올해 5월 수출량을 보면, 대중국 수출은 약 20% 감소했고 대미 수출은 약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량이 변동된 품목은 자동차, 기계류, 석유화학제품, 전기전자제품 등으로 경남지역의 주력 품목들도 포함돼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중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살 길을 찾아야만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에 대한 높은 수출비중을 수출품과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줄여나가는 방법이 최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수출국 다변화에서는 인도와 ASEAN국가들이 그 대안으로 적절하다 할 것이다. 미국수출 시장이 막힌 중국에서 ASEAN국가를 수출시장으로 공략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정부에서는 현재 추진중인 신남방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기업들도 중국기업들과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로 인도와 ASEAN국가에 진출을 촉진하여 ASEAN시장을 지키고 확대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미중무역전쟁은 중국이 제조 2025전략 등을 구사하며 우리의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 제동을 거는 파생적 효과도 있으니, 기술개발을 통한 새로운 수출상품의 발굴 등에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끝으로, G20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지만, 일본이 규제의 대상으로 하는 세 가지 품목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국들과의 갈등은 가급적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나,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국내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하여 대일의존도와 무역적자를 줄이는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안태홍(경남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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