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꽃보다 시집을- 김승(시인)

  • 기사입력 : 2019-07-03 20:28:25
  •   

  • 등단을 하고 두 번째 시집을 낸 필자를 사람들은 시인이라고 부른다.

    나도 사장이나 박사라는 호칭보다는 이렇게 불리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시가 차지하는 효능 혹은 시인이 차지하는 역할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시집은 어느덧 철학책보다 어려운 책으로 치부되고, 시인은 암묵적으로 경제적 무능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러 문화 분야를 볼 때 영화계는 한 해에 몇 번씩 천만 관중을 모으고, 소설계에도 백만 부 이상 팔리는 소설이 종종 나타나 활기를 불어넣는데 왜 시 분야만 이렇게 왜소해졌을까?

    필자는 유력 평론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시단과 일반인이 아무리 읽어도 해독하지 못하는 암호 같은 시를 써 놓고 그 철학적 의미가 어떠니 하면서 신문사의 신춘문예를 독점하는 행태가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4만 명의 시인이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숫자로는 소설가나 영화 관련 인사들보다 더 많은 시인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시집이 이천 권 이상 팔리는 시집조차 드물다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요즘 불쑥불쑥 뉴스에 나오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사건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감성을 기를 기회를 주지 않고 경쟁만을 중요시하여 나타난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커피숍에 주목하고자 한다. 커피숍이 대세일 만큼 전국에는 수많은 커피숍이 있고, 몇몇 커피숍들이 꽃을 함께 파는 모습을 본다. 업주 입장에서는 수익 다변화 방법일 수 있지만, 문화적 입장에서는 커피와 꽃의 융합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숍과 시집 판매의 융합을 생각해 본다

    일반 커피숍에서 시집을 판다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좀 더 자연스럽게 시와 친숙해지지 않을까? 커피숍에서 시집을 펼쳐놓고 시에 그려진 삶과 죽음, 인생을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본다.

    김승(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