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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18) 제24화 마법의 돌 118

“카페는 재미있어?”

  • 기사입력 : 2019-07-03 08: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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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값이 계속 오르자 신문에서 폭동이 우려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쌀값을 자꾸 올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

    날품을 파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쌀가게 주인을 원망했다. 이재영은 대구에 내려갈 때마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춘긍기가 지나고 하곡이 생산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보리쌀로 연명했다.

    날씨는 푹푹 찌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비는 오지 않았다.

    여름이 한창일 무렵 나츠코에게 카페를 내주었다. 나츠코는 제과점을 하고 있었으나 금방 싫증을 냈다. 빵을 파는 일이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빵을 만드는 조선인이 나츠코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무시했다. 이재영은 제과점을 팔고 카페를 운영하게 했다. 나츠코가 조선인들에게 무시를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커피는 여급만 있으면 돼요.”

    나츠코는 카페를 좋아했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 잠깐씩 대화를 하는 일도 즐겁다고 했다.

    커피는 미군이 들어오면서 풍족해졌다. 미군이 좋아하는 커피와 맥주를 미군 PX에서도 사고 수입도 했다.

    이재영의 백화점도 미국에서 많은 상품을 수입했다. 미국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서울에 장사를 하러 온 로버트 프로스트라는 사람이 맡았다. 그는 종로에 조미상사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카페는 백화점과 가까운 명동에 냈다. 명동은 일본인들이 있을 때는 명치1정목, 명치2정목으로 불렸었다. 명치유신을 단행한 명치천황의 이름을 따기도 했으나 조선시대에는 명례방으로도 불렸었다.

    이재영은 때때로 나츠코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나츠코는 한복을 입거나 드레스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카페를 하니까 당신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네요.”

    나츠코가 옆에 와서 앉았다. 나츠코에게서 은은하게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그런가? 아테네의 마담이 미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더군.”

    이재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카페의 이름을 아테네로 한 것이다. 나츠코는 미인이었다. 옷도 예쁘게 입어 돋보였다.

    “호호호. 저도 이제 늙었어요.”

    “아니야. 여전히 예뻐.”

    “언제나 듣기 좋은 말씀을 하시네요. 그래서 당신과 같이 있으면 여전히 설레요.”

    “진짜?”

    “그럼요. 늘 떨어져 있어서 그리워하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나츠코의 말에 이재영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츠코는 이재영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고 있었다. 이렇게 순정적인 여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페는 재미있어?”

    “손님들이 좋아요. 가난하지만 예술가들이 많이 와요.”

    “어떤 사람들이 오는데…?”

    “시인, 소설가, 화가… 여기서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는 남대문시장에 가서 술을 마셔요. 그들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좋아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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