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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브로치- 서영훈(문화체육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7-02 20: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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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나 팔찌, 귀고리, 목걸이, 비녀, 노리개 등 몸치장을 하는 데 쓰는 것을 장신구라 한다. 옷의 깃이나 앞가슴에 핀으로 고정하는 브로치 또한 그런 장신구의 하나다. 쇠붙이 따위로 만든 값싼 것도 있지만, 보석이나 귀금속으로 만든 고가의 브로치도 있다. 브로치라고 하면 중년이나 노년의 여성이 주로 패용할 것 같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브로치의 기원은 기원전 1000~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이 봉제하지 않은 천이나 모피를 몸에 걸치면서 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큼지막한 걸쇠인 ‘피불라’를 사용했고, 이후 서기 1300년대 들어 보석 등으로 꾸민 화려한 장식품이 생겼는데 이것이 오늘날 브로치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브로치는 근세 이후 지금과 같은 의복의 보급으로 수요가 급감했다가 19세기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브로치는 현대사회에서 단순한 장신구 이상이다. 상징적인 모양이나 색깔로 이를 패용한 사람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활용되기도 한다. 여성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이 된 올브라이트가 지난 2000년 한국을 방문하면서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왼쪽 가슴에 달아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일화로 남아 있다. 외교무대에서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그였기에, 그의 브로치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때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왼쪽 가슴에 있던 나비 모양 브로치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어느 정당 대변인은 1일 페이스북에 “파란 나비는 북핵에 맞서는 싸드를 반대한다는 상징”이라며 “파란나비 브로치를 단 이유가 뭔지 밝히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 브로치는 경북 성주 군민들이 사용한 파란 리본과 달리 청록색의 단순한 나비 모양 브로치라며 일축하면서 매듭이 지어지는 듯한데, 파란 리본의 의미를 알기 어려운 트럼프를 향해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상상력의 근원이 궁금하다.

    서영훈(문화체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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