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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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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럴 바엔 차라리 지방의회 없애라- 윤봉현(전 마산시의회의장)

  • 기사입력 : 2019-07-02 20: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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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이 말은 권력의 속성을 갈파한, 오늘날 권력 분립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영국의 정치학자 액튼경(Sir W.Acton)의 명언이다. 지방의 일은 지방에서 결정하고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에 분산한다며 지방자치가 시행되었다.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서 기초단체장과 의회의원도 정당의 공천이 이뤄졌다. 공천의 명분은 정당정치의 책임정치이다. 대의민주제 하에서 의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의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방의회가 단체장과 같은 정당 일색으로 구성됐을 때는 의회는 구색용 들러리이다. 의회의 주요 기능과 역할인 견제나 감시 기능은 사라진다. 반면에 의회의 구성과 단체장의 정당 소속이 다른 경우에는 대립과 갈등이, 때로는 야합이 일어난다. 지방의회 출신의 경험에서 보아도 이런 지방의회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짙게 하게 만든다.

    지방의회의 꽃은 흔히들 시정질문이라 한다. 의원이 단체장과 의정 단상에서 일대일로 질문하고 답변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그 시간은 의회의 주인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지방의회에서 시정질문이 거의 사라졌다. 과거에는 질문할 의원이 많아서 제한을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격세지감이 든다. 대신에 5분발언이 넘쳐난다. 정상적인 의회의 모습일까? 5분발언이 늘어나고 시정질문이 줄어든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짐작된다. 단체장과 일대일로 맞서서 묻고 따질 능력이 못 되어서거나, 단체장이나 공무원들과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는 보신주의 행태 때문일 것이다. 5분자유발언은 의회가 심의 중인 의안과 청원, 기타 중요한 관심 사안에 대해 의원 개인의 의견을 5분 이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의원의 권한이다. 이것이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내용이 집행부의 수용 여부를 떠나서 나는 의회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을 지역의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홍보 수단도 되기에 의원들이 더욱 선호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집행부가 필요한 예산이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의원을 시켜 5분발언을 하게 하고 그것을 핑계로 하고 싶은 사업을 하거나 예산을 반영하는 데 의원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의원은 소속 정당에 행사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한다. 의원의 생명줄인 공천권을 정당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을 쳐다보고 일해야 할 지방의원이 중앙정치의 하수인처럼 움직인다면 인공지능 로봇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여성의 지방의회 진입 견인 등 정당공천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을 생각하고 권력이 주민에게서 나오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초지방자치단체만이라도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뜻에 따라서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며 협력하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지 못할 바엔 대의민주주의 흉내 내며 국민의 세금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지방의회를 없애라.

    윤봉현(전 마산시의회의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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