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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17) 제24화 마법의 돌 117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네”

  • 기사입력 : 2019-07-02 08: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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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진행은 술을 마시고 안주도 먹지 않고 열변을 토했다.

    “우리가 소련이라고 부르는 소비에트 연방은 사업을 국가가 한다고 합니다.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만들겠다는데 지주와 재산가들이 어떻게 버티겠소?”

    “미국도 그렇습니까?”

    이재영이 물었다.

    “이 양반 세상을 잘 모르는군. 미국은 재산가들이 지배한다고 하오. 그러니 우리 같은 사업가는 미국 쪽에 붙어야 하오. 38선 북쪽에서는 절대 사업을 할 생각 마시오.”

    오진행이 확신을 갖고 잘라 말했다. 이재영은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이재영은 식사를 하면서 많은 사업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사람들은 이재영이 백화점 사장이라고 하자 놀란 기색이었다. 사업가들 중에는 땅 부자들이 많았다. 대구의 만석꾼 김의석, 호남의 만석꾼 조의제, 해주의 만석꾼 김윤석, 평양의 만석꾼 배일호도 왔다.

    은행가도 여럿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동양은행입니다.”

    동양은행의 두취 박불출이 명함을 건넸다. 두취는 은행장으로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에 조선인이 경영을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프린스백화점입니다.”

    이재영도 명함을 건넸다. 이재영은 백화점 이름을 프린스로 지었다.

    “아, 백화점 사장님이시군요. 한번 찾아 뵙고 싶은데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예. 언제든지 오십시오.”

    박불출은 이름이 특이했으나 말끔한 신사였다.

    조선의 부자들은 돈을 벌면 땅을 사는 데 혈안이 되었기 때문에 땅부자들이 많았다. 이재영은 그들과 일일이 환담을 나누었다.

    오진행도 조만간 이재영을 찾아 오겠다고도 했다. 경제가 모임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동안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수많은 재산가들을 만난 이재영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기분이었다. 백화점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장님, 보시니 어떻습니까?”

    이철규가 넌지시 물었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네.”

    “이제 활동 영역을 넓히셔야 할 때입니다.”

    이재영은 이철규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대구에서 아들 정식이 올라왔다. 이재영은 정식에게 공산주의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웠다. 일본이 사상범이라고 하면서 사회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자들을 철저하게 탄압했던 이유도 희미하게 알 수 있었다.

    허정숙과의 밀애는 정식의 눈치를 살피면서 나누었다.

    대구는 공기가 흉흉했다. 쌀값 때문에 쌀가게 주인과 쌀을 사려는 사람이 시비 끝에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돈이 없으면 쌀을 사지 말지 왜 사람을 죽여? 지덜이 살인백정이야?”

    쌀가게 주인이 피살되자 쌀가게 주인들이 분개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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