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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청렴한 국가의 국민이 행복하다-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6-26 20: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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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독일 메르켈 총리의 모친인 헤어린트 카스너가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이 사실은 현지 언론의 취재로 뒤늦게 알려졌다. 부음을 알리지 않은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은 연방 총리의 사적 영역을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메르켈의 부모는 메르켈이 총리에 당선된 후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을 피해 왔다. 카스너는 매일 신문을 읽고 라디오를 듣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딸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고 할 만하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의 모친이 별세했다면 어땠을까. 언론에 대서특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조화와 조문객, 상상을 초월하는 부의금 등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몇 달 전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에서는 전체 재산의 83%를 코스닥시장 상장설이 도는 비상장회사의 1, 2대 주주사에 투자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수도권 아파트 ‘똘똘한 세 채’로 23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가짜 학술단체와 관련 있는 국제학회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쩌면 공적일 수 있는 부모상을 숨긴 독일 총리와 사익 추구에 혈안이 된 한국 기득권층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돼 씁쓸해진다.

    최근 반부패운동단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8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국가별 청렴도)에 따르면 덴마크가 8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87)는 뉴질랜드, 3위(85)는 핀란드·싱가포르·스웨덴·스위스가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57점을 받아 전체 조사 대상 180개 국가 가운데 45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국가 가운데는 30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덴마크 등 국가청렴도가 높은 나라의 공통점은 부자국가라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4만달러에서 8만달러 수준이다. 또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7.769점을 획득한 핀란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타이틀을 차지했고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순으로 10위권에 포진했다.

    한국은 행복지수 10점 만점에 5.895점을 받아 54위에 올랐다.

    부자국가일수록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청렴도와 행복지수도 상관관계가 있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는 신뢰감이 행복지수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즉 이웃과 국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각자도생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

    예를 들어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런 사회 분위기가 편법과 탈법, 나아가 부정부패를 낳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다.

    정부의 강력한 부패관리체계를 주도면밀하게 가동하고, 법·질서 교육을 강화해 어렸을 때부터 청렴이 몸에 배도록 해야 부정부패가 발을 붙이지 못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특혜와 특권이 없는, 그래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꿈꿔본다.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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